어릴적 온 가족과 여름이면 계곡을 찾아 텐트를 펴고 피서를 즐기곤 했다. 내 집의 이부자리 만큼 편하진 않아도 물소리 새소리 들으며 고기도 굽고 라면도 끓여 먹던 것이 당시엔 캠핑이란 개념조차 몰랐던 꼬맹이에게 아주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최근 필자의 유튜브 알고리즘에는 캠핑족들의 영상들로 가득하다. 이름도 용도도 모르는 장비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자극적인 BGM이나 소음 없이 어린 시절 좋아하던 자연의 소리로 채워지는 영상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내 침대가 저 캠퍼의 영상 속 자충매트 같고 내 방 천장이 텐트 속 천장 같다는 대리만족을 느낀다.
우리나라의 캠핑붐은 10여 년 전부터 시작해 2022년 기준 국내 캠핑 시장의 규모가 6조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2008년 700억원 규모였던 것에 비해 10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소위 관찰 예능이라 불리는 방송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가족 단위 캠핑족이 급격히 늘었고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캠핑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현재 우리나라 캠핑족은 700만 명에 달한다. 우리 주변 7, 8명 중 한 명은 캠핑족이라는 이야기인데, 이처럼 엄청난 몸집의 여가 생활로 성장한 캠핑을 필자는 아직도 눈으로만 하고 있다.
사실 실제 캠핑을 실현해보고자 여러 번 다짐했지만 귀차니즘으로 가득 찬 몸을 일으켜 수도 없는 캠핑 장비를 사들인다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 게다가 요즘엔 몸만 가면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글램핑장도 많은데 왠지 모든 것이 다 갖춰진 글램핑장은 필자가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캠핑과는 괴리감이 느껴져 선뜻 실천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어느 IT 전문 기자의 캠핑 이야기를 우연히 읽었다. 기자답게 캠핑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는데 휴대전화 없이 하루도 못사는 디지털 기기의 노예인 우리를 자연으로 인도하는 것이 캠핑이며 그것은 디지털 시대에 불어온 '아날로그의 향수'라 표현했다.
캠핑을 하다보면 불편한 것이 더 많고 하나하나 사람의 손이 필요한 일투성이라 자연스레 디지털 기기와 멀어지게 되는데 이는 모든 부분에서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을 강요받는 우리가 잠시나마 그러한 일상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를, 자연을 또는 함께 하고 있는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여행 방식이 바로 캠핑이라는 해석이다.
'자연 속에서 느끼는 오롯한 나'라는 표현이 이 방구석 캠퍼의 마음을 힘차게 두들긴 기분이다. 마치 속세를 떠나듯 자연을 향하는 캠퍼들이 자그마치 700만 명이다. 필자가 귀차니즘과 싸우고 있을 때 이미 그걸 이기고 떠나는 사람들이 700만 명이나 된다는 이야기다.
이제는 방구석을 떠날 때다. 해야 할 일에 옥죄여 숨 쉴 틈 없는 날들을 지내온 스스로에게 캠핑이라는 쉼표를 영상이 아닌 현전(現前)의 것으로 선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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