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K포털, 그래도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

최병고 디지털국 부국장
최병고 디지털국 부국장

한 달 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한 장면이 화제였다.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구글의 신기술이 총출동한 이 자리에서 인공지능(AI) 챗봇 바드가 일본어와 함께 한국어도 지원한다고 발표한 대목이다. 무대 대형 스크린에는 '한국어'라고 쓴 한글이 그대로 등장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서울에서 동료와 일(개발)하고 있다. 코드에 한국어로 코멘트를 추가해 버그를 수정할 수 있다"면서 여러 차례 한국을 언급했다. MS 인공지능 빙에 한 방 맞은 구글이 바드를 야심차게 선보이는 자리에서 영어 다음으로 한국어를 먼저 지원한다고 굳이 발표한 이유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들은 한국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한국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원하고 있다.

카카오·네이버로 대표되는 'K포털'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최근 확산되고 있다. 구글·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의 거센 진격과 젊은 층의 온라인·포털 이용 행태 변화가 주원인으로 보인다.

한 빅데이터 기업 분석에 따르면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올해 5월 월간 실사용자 수(MAU·한 달에 최소 한 번 서비스를 쓴 사람 수)는 4천145만여 명으로, 2위인 유튜브(4천95만여 명)와 약 50만 명 격차에 불과했다. 카톡과 유튜브의 MAU 격차는 2020년 5월 기준 약 300만 명이었지만, 3년 만에 추월당할 상황에 놓였다. 총사용 시간으로 보면 5월 기준 유튜브(15억2천여 시간)가 카톡(5억3천여 시간)보다 이미 3배 가까이나 많다.

'검색엔진 절대 강자' 네이버 관련 통계도 눈길을 끈다.

16일 한 언론사 보도(닐슨코리아클릭 분석)에 따르면 네이버 쿼리점유율(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는 횟수)이 5월 넷째 주(5월 22~28일) 기준 57.7%로 1월 첫째 주(1월 2~8일) 대비 0.7%p(포인트) 증가했다. 구글은 같은 기간 29.5%에서 27.3%로 2.2%p 줄었다. 또 다른 언론사(인터넷트렌드 분석)는 1월과 비교해 네이버 점유율이 5월 55.7%, 구글 점유율은 34.8%라고 하면서 구글이 상승세라고 보도했다. 결과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네이버가 여전히 과반을 차지한다는 점, 동시에 구글의 진격이 만만찮음을 시사한다고 본다.

이런 분위기를 방증하듯 'K포털의 종속 위기감이 고조된다' 'AI 주권을 지켜야 한다' 같은 글을 최근 자주 보게 된다. 이런 위기감이 최근의 AI 경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젊은 층의 포털 이용 행태 변화에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그들은 정보 검색이나 음악 청취를 유튜브에서 더욱 즐겨 한다. 텍스트로 된 글을 눈으로 읽는 것보다 영상으로 보고 듣는 쪽에 더 익숙하다.

K포털은 안방에서도 견제받고 있다. 공정위는 국내 온라인 포털에 대한 독과점 방지 규제 계획을 최근 밝혔고, 문체부는 뉴스 포털의 편향성을 바로잡겠다며 벼르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데는 국내 포털사들이 자초한 면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K포털에 응원을 보내야 하는 이유는 국민 삶과 밀접한 거대 온라인 플랫폼이야말로 국가의 기술 패권과 직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구글이 장악하지 못한 거의 유일한 시장이라고 한다. 구글이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일 것이다. K포털은 어느 글로벌 기업보다 우리 문화, 가치관을 잘 이해한다. 그 강점을 살려 더 발전된 서비스와 국부 기여로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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