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데뷔 10주년을 맞으면서 전국 곳곳이 '보랏빛'으로 물든 가운데, 멤버 2명의 고향인 대구에도 '뷔' 벽화거리 등 BTS와 연관된 장소가 있지만 시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젊은 층과 외국인의 호응에 힘입어 관광 코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오전 10시 대구 서구 '뷔' 벽화거리는 한산했다. 서문시장을 찾은 노인들과 바로 앞 횡단보도를 가로지르는 몇몇 학생만 이따금 거리를 지나며 벽화를 훑어볼 뿐이었다. 1시간 동안 벽화거리 앞을 지나는 시민들을 지켜봤지만, 벽화거리를 보기 위해 찾아온 팬이나 관광객은 없었다. 인근 주민들은 조성된 벽화거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점은 아쉬워했다.
벽화거리 인근 음식점에서 일하는 허규(30) 씨는 "벽화를 보기 위해 오는 외국인이나 젊은 세대는 많지 않다. 대부분 지나다니면서 슬쩍 보는 수준"이라며 "데뷔 10주년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보러와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뷔' 벽화거리는 재작년 12월 중국 팬클럽의 도움을 받아 그의 모교인 비산동 대성초 외벽에 설치됐다. 높이 2m, 길이 60m 규모의 초대형 벽화다. 이곳을 매일 지난다는 서구 주민 이경숙(66) 씨는 "그냥 담이 있는 게 아니라 그림이 그려져 있으니까 쳐다보게 되고 활기찬 느낌도 든다"며 "가끔 젊은 팬들이 와서 사진을 찍는 것도 봤다"고 말했다.
BTS 팬들의 성지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동구 동촌유원지 인근 건물도 아직까진 구체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동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봄 BTS 멤버 '슈가'의 아버지가 동구 효목동에 카페, 음식점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근린생활시설 건물 2개 동에 관한 건축 허가를 받았다. 완공된 후에는 K-POP 자료실 등 갤러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용도를 변경할 것으로 알려졌다. 준공 예정일은 내년 12월 31일로 정해졌다.
다만 건물이 들어설 부지에는 잡초만 무성할 뿐 건물을 짓고 있는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동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봄에 건축허가가 난 이후로 언제 착공하겠다거나 어떤 방식으로 짓겠다는 등 건축주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BTS와 관련된 명소들이 외면받자 전문가들은 대구시도 타 지자체의 홍보 활동을 참고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서울시는 BTS 데뷔 10주년에 발맞춰 서울 주요 명소 13개가 포함된 '서울방탄투어' 지도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을지로, 여의도 한강공원 등 멤버들이 연습생 시절 자주 찾던 장소와 촬영지 등을 추렸다.
김정호 경북대학교 관광학과 교수는 "관광지 홍보에 있어서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려면 '입소문'이 가장 중요하다. 벽화거리나 벽화마을이 성공한 사례를 보면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고, 스토리텔링도 잘 됐다"며 "대구도 다른 명소들을 포함하면서 지역에 맞게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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