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대의 특권 행사 기간, 여름방학 킹정이죠~"

패기로 나서는 국토대장정, 대구가톨릭대
20년 넘는 해외봉사활동 유산 쌓는 계명대

해외봉사활동에 나선 계명대 학생들이 주민 편의 시설들을 살피며 개·보수하고 있는 모습. 계명대 제공
해외봉사활동에 나선 계명대 학생들이 주민 편의 시설들을 살피며 개·보수하고 있는 모습. 계명대 제공

20대 초반의 젊은이에게 '도전'이란 인류사에 강하게 음각된 DNA일지도 모른다. 책으로 학습된 간접경험보다 몸으로 체득한 직접경험을 선호하는 건 그들만의 특권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어른들은 이를 '객기'라 부르지 않았다. '도전정신'이라는 기백 가득한 기운을 담아 격려했다.

염려의 시선에도 20대의 한 페이지를 무람없는 결행의 시간으로 갈무리하려는 이들이 또 줄을 섰다. 도전정신으로 사서 고생하려는 학생들은 올해도 '국토대장정', '해외봉사활동'에 나선다. 길어야 보름이라지만 '100세 인생 이력'에 언제고 불쑥 떠올라 힘이 될 동력이라는 걸 선험적으로 알기에 이들의 도전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20대의 특권을 행사할 최적의 시기는 여름방학, 킹정이죠~"

◆국토대장정 나서는 대구가톨릭대

"얘들아, 다른 건 몰라도 국토대장정은 꼭 가봐."
대구가톨릭대 신입생들이 3월 입학 이후 가장 많이 들은 조언 중 하나는 어떤 과목에, 어떤 교수가 A학점 폭격기라는 고급정보가 아닌 입대 후 행군 예행연습 아닌가, 싶은 국토대장정 참가 권유였다. 선배가 잘 모르는 신입생을 멕이려 드나 싶었지만 3학년쯤 되면 진리에 가까운 고견이었음을 알게 된다. 'Now or Never',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국토대장정의 기회가 여름방학에만 열리는 것이다.

대구가톨릭대 학생들은 올해도 국토대장정에 나선다.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2014년부터 시작된 국토대장정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고 단계였던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참여한 학생수만 700명이 넘는다.

2022년
2022년 '제8회 DCU 국토대장정'에서 대구가톨릭대 학생들이 남해바래길을 걷고 있는 모습. 대구가톨릭대 제공

올해 출발일은 21일이다. 30일까지 9박 10일간 진행된다. 130명의 학생들이 참가한다. 강원도 강릉 정동진에서 시작해 동해안을 따라 나 있는 7번 국도에 올라 걷는다. 포항 월포해수욕장까지 약 230km를 함께 하며 인내심과 자립심을 키운다.

7번 국도를 소재로 한 예술 작품들이 넘쳐나기에 낭만적인 걷기로 오인할 수 있으나 그런 조건은 아니다. 230km 구간인 만큼 하루 평균 23km를 걸어야 하는 셈이다. 열흘 간 입을 옷, 침낭, 세면도구 등은 각자 배낭에 넣어야 한다. 얼핏 봐도 5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걸어야 하니 시속 3~4km 속도가 최선이다.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꼬박 걸어야 하는 일정이다. 여름의 열기와 싸우고 인내력을 시험해야 한다.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거나 터지는 건 다반사다. 발톱이 빠지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국토대장정을 자원해 나선 것은 젊음의 패기,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이럴 기회가 없을 거라는 예감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 땅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서다. 국토대장정을 통해 애국심이 자리 잡는 건 물론 도전정신까지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가톨릭대 관계자는 "해가 갈수록 학생들이 힘든 일을 꺼리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신청자가 감소하는 추세지만 국토대장정에 참여하면 성취감도 크고 새로운 친구와 만나게 되는 기회도 돼 참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고 했다.

◆6.25 참전국 등으로 해외봉사활동 가는 계명대

계명대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중단됐던 국외봉사활동을 이어간다. 이번 여름방학의 행선지는 인도네시아, 에티오피아, 베트남, 키르키스스탄이다. 보름 안팎의 장기간 일정이다. 24일부터 한 팀씩 각 나라로 출발한다. 한 국가당 인솔 3명과 학생 32명으로 35명이 한 팀으로 구성된다.

약 2주 동안 학교 교실이나 화장실 개보수, 놀이터와 울타리 개보수 등 금손 역할에 나서는 것은 물론 민간 외교관 역할도 맡는다. 우리나라를 제대로 알리기 위한 유아교육, 태권도교육, 사물놀이 교육은 고전이 됐고 최근 들어서는 K-문화의 힘도 커졌다. K-팝 댄스도 군무로 맞춰 연습해 간다.

해외봉사활동에 나선 계명대 학생들이 주민 편의 시설들을 둘러보고 개보수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계명대 제공
해외봉사활동에 나선 계명대 학생들이 주민 편의 시설들을 둘러보고 개보수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계명대 제공

대부분 한여름이 우리보다 더 더운 곳임에도 대충하고 마는 게 결코 아니다. 하루 일과부터 다르다. 오전 6시에 일어나 체조와 구보로 하루를 시작한다. 호텔에서 숙식하는 것이 아니다. 아침식사 등 모든 식사 준비는 현지 식자재를 이용한 자체 조달이다. 하루의 피곤을 날려줄 잠은 마을 인근 학교 교실 바닥에서 침낭 등에 맡긴다. 봉사활동의 의미가 퇴색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나온 결정이자 전통이라고 한다.

사정이 이러니 봉사활동을 떠나기 위해 기초체력을 다지는 건 특별한 전통이 됐다. 먼길을 왔는데 몸이 아파 쉬게 되면 모두에게 민폐가 되기 때문이다. 봉사지역 사전조사 등으로 봉사활동 계획에 반영하고 교육에 필요한 학용품, 교육기자재, 운동용품 등 세세한 부분까지 확인해 기증한다. 흡사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기업체의 모습과 닮은꼴이다.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으니 해외봉사활동을 대를 이어 품어가는 유산으로 봐도 무리가 아니다. 2002년 한·중 수교 10주년을 기념하고 황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국 임업부 임업과학원과 공동으로 조림 봉사활동을 펼친 이래 네팔,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몽골, 방글라데시,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캄보디아, 키르기스스탄 등 16개 나라의 낙후지역을 3천8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다녀왔다.

결정적으로 이 모든 부대비용(체류비 제외)이 계명대 교직원들의 기부금으로 조성된 (사)계명1%사랑나누기의 후원에서 나온다고 한다. 정말이지 봉사와 관련해서는 못 말리는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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