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살 딸이 먹고싶다 조르는데 돈 없어"…방울토마토 들고 경찰 출석한 母

먹다남은 방울토마토 들고 경찰 출석…이혼 뒤 양육비 미지급 등 생활고

방울토마토. 자료사진. 연합뉴스
방울토마토. 자료사진. 연합뉴스

이혼 후 홀로 6살 딸을 키우는 40대 여성이 마트에서 훔친 방울토마토를 들고 경찰에 출석해 조사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14일 구리경찰서와 구리시 등에 따르면 40대 여성 A씨는 지난 4월 15일 구리시의 한 마트에서 방울토마토 한 팩을 훔쳤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방울토마토를 훔친 A씨를 특정하고 출석 통지를 했다.

A씨는 사건 발생 약 일주일 뒤 경찰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는데, 먹다 남은 방울토마토를 손에 들고 나타났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남은 방울토마토를 돌려주며 "딸이 먹고 싶다고 조르는데 돈이 없어서 훔쳤다"며 사정을 털어놨다.

조사 결과 A씨는 지난해 11월 남편과 이혼한 뒤 일정한 직업 없이 홀로 딸을 키우고 있었다.

전 남편도 수입이 일정치 않아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었고, A씨가 갖고 있던 돈으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왔다고 한다.

그러나 A씨가 갖고 있던 현금도 다 떨어져 가는 상황이었고, 공공임대아파트에 생활하면서 관리비와 월세 등 공과금도 몇 달 째 밀려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명도소송을 당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A씨는 이혼, 양육비 미지급, 생활고를 잇달아 겪으면서 우울증과 무기력증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시민과 전문가로 구성된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열고 A씨를 훈방 조치했다.

경미범죄심사위원회는 경미한 사건의 피의자가 범죄 전력이 없고, 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인 경우 심사를 통해 처분을 감경해 주는 제도다.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 참석한 한 위원은 "아이가 미처 다 먹지도 못한 방울토마토 팩을 들고 경찰서에 출석해 잘못을 뉘우치던 어머니의 사정이 안타까워 도움 줄 수 있는 방안을 관련 기관이 함께 찾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초범에 피해도 경미하고 피해 물품도 일부 반환한 점, 가정형편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구리시는 A씨의 상황을 파악하고 긴급복지 지원 방안과 취업 지원책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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