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 선생님, 선생님을 하늘로 보내고 1년이 지났습니다. 그 곳에서는 무탈하신지요? 선생님이라면 그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웃음을 주는 유쾌한 모습으로 계실 것 같습니다.
처음 인연을 맺었을 때가 기억납니다. 제가 2010년 처음으로 달성군수가 된 뒤 그 해 8월 사문진 나루터에서 '전국노래자랑'을 열 때였습니다. 녹화 당일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행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까, 저와 방송 스태프들이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선생님께서는 "그래도 판을 벌렸으니 일단 해 보자"고 말씀하셨죠.
부랴부랴 준비했더니 녹화가 시작되기 전에 비가 그치고 해가 나서 다들 "이건 기적이다"라고 했었죠. 저는 "송 선생님의 '전국노래자랑'을 향한 열정이 비를 멈추게 했다"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은 "김 군수가 덕을 많이 쌓아서 비가 그쳤다"며 덕담을 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저희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그 인연 덕분이었을까요, 선생님 살아생전에 달성군에서만 '전국노래자랑'을 네 번이나 할 수 있어서 군민들도 매우 즐거워했었습니다.
녹화 전날 선생님과 저녁을 함께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던 그 때 선생님의 처가가 달성군에 있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러면서 실향민으로써 처가가 있는 달성군을 자신의 두 번째 고향으로 여기게 됐다는 말씀과 함께 무명시절 유랑극단 이야기, 사모님을 만난 이야기 등등을 듣게 됐습니다. 결혼 당시 처가의 반대가 심해서 차마 편히 처가가 있는 마을을 들어가지 못하고 인근 구멍가게에서 소주를 마시며 시름을 달랬다는 이야기에는 가슴이 찡했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서울 탑골공원에 달성군의 이름을 단 '달성 소나무 삼형제'를 심을 수 있었습니다. 달성군 홍보대사를 부탁드렸을 때, 대구시청 신청사 유치를 위해 도와달라고 부탁드렸을 때도 흔쾌히 나서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선생님은 저와의 인연을 군수와 연예인간의 인연을 넘어 사람과 사람의 인연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연예인으로써 선거기간에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게 쉽지 않으셨을텐데 선거기간 중에 저의 선거운동도 많이 도와주셨지요. 어찌보면 제가 달성군수를 세 번이나 하게 된 연유도 선생님의 지지가 크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옥연지 인근을 '송해공원'으로 만들 때 드렸던 말씀이 있지요. "송해공원을 만들 때 '100세 인생'을 콘셉트로 만들었으니 선생님께서 100세는 사셨으면 좋겠다"고요. 그래서 선생님께서 지난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놀라고 안타까웠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그러했듯이 저 또한 선생님께서 건강히 더 오래 사시고 코로나19 위기가 끝나면 '전국노래자랑'을 다시 진행하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돌아가시고 나서 선생님께서는 이미 40년 전에 달성군 처가 근처에 자신의 마지막 자리를 봐 놓으셨더군요. 선생님이 달성군을 정말 두 번째 고향으로 생각하고 계심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1주기를 맞아 선생님의 묘소를 찾아 참배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아끼시던 후배 가수들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는데, 한 후배 가수가 선생님의 묘를 쓰다듬으며 울음을 터트리더군요. 그 때 왠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서는 그 가수 등과 팔, 얼굴에 살포시 앉았다 날아갔습니다. 저를 비롯해 그 자리의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이 나비로 현신하셔서 울지말라고 달래고 가셨나보다"라고 이야기했더랬습니다.
달성군은 선생님을 기리기 위해 송해공원에 선생님의 유품을 전시해놓은 공간도 마련했습니다. 지금도 송해공원과 선생님의 묘소에는 선생님을 기리는 많은 팬들이 찾아옵니다. 많은 국민들이 선생님을 사랑했음을 느낍니다. 저 또한 선생님이 '큰 형님' 처럼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송해 선생님, 묘소라도 달성군에 모실 수 있어서 저는 큰 영광입니다. 앞으로 그 곳에서 달성군민, 나아가 송해공원과 선생님 묘소를 찾아오는 국민들을 저 먼 곳에서나마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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