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산업 강국이 된 바탕은 '기술 도둑질'이었다. 그 1호는 영국 출신의 새뮤얼 슬레이터(Samuel Slater)이다. 수력방적기를 개발한 아크라이트의 동업자 밑에서 7년간 도제 수업을 받으면서 생산기술에서 경영까지 전 과정을 익힌 뒤 21세 때 자기 사업을 시작하려 했으나 돈이 없었다. 그때 미국에서 직조 기술자를 우대한다는 소식을 듣고 미국으로 갔다. 경이롭게도 그는 자신이 일하던 공장의 모든 기계의 작동 원리와 공정 전체를 통째로 암기하고 대서양을 건넜다.
슬레이터는 미국 도착 후 사망할 때까지 13개의 공장을 세웠다. 이 공로로 앤드류 잭슨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제조업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받았으며, 그가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에 처음 세운 '슬레이터의 공장'은 '미국 산업화의 발상지'로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다.
미국 태생으로 영국에서 섬유 사업을 익힌 프랜시스 로웰(Fransis C. Lowel)도 이에 못지않다. 미국에서 농장 경영과 무역업을 하다 1807년 발동된 '수출금지법'으로 무역업이 타격을 받자 영국으로 건너가 섬유 사업으로 진로를 바꿨다.
그의 기술 유출 준비는 치밀했다. 2년 동안 영국에서 직조기의 작동 원리와 공장의 배치, 생산물의 보관까지 작업 전 과정을 담은 그림 수백 장을 그렸다. 이렇게 얻은 '현장 지식'을 가지고 미국으로 돌아와 세계 최초로 방적, 직조, 염색을 일관(一貫) 공정으로 연결한 공장을 차렸다. 이게 대성공하면서 다른 사업자들을 자극해 220개의 섬유공장이 새로 지어지는 등 미국 제조업은 급성장 가도에 올랐다.('부의 역사', 권홍우)
한국 첨단산업, 특히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기술 도둑질이 심각하다. 그 수법은 은퇴한 기술자나 핵심 관계자들을 노리는 것에서부터 장비 자체를 납품받거나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방식까지 전방위적이다. 급기야는 삼성전자 전 상무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 자료를 빼돌려 중국에 복제 공장을 지으려 한 시도까지 드러났다. 중국은 돈으로 선진국 기술 인재를 데려와 기술 유출을 유도하는 '천인(千人)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 스파이 양산 계획'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 프로젝트는 한국 첨단기술에도 마수를 뻗치고 있다. 이를 막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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