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괜찮은 아빠이고 싶어서

윤태곤 지음/헤이북스 펴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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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 지음/헤이북스 펴냄
윤태곤 지음/헤이북스 펴냄

세상에 엄마 이야기는 많지만 아빠 이야기는 드물다. 모성애만큼 제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어느 누구보다 클 텐데 옛날부터 잡혀 온 사회적 분위기 때문일까. 요즘은 아닌 아빠들도 많겠지만 주위의 아버지들은 좀처럼 마음 표현을 잘 않는다.

늘 궁금했다. 우리(자녀)를 사랑하는 아빠의 마음은 혹은 생각은 얼마나 깊고 클까.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표현을 해야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할 텐데 괜히 낯간지럽다는 생각에 기자 역시 아빠와의 관계에선 늘 한걸음 물러서 있었다. 조금씩 닫힌 대화의 문은 이제 너무 견고한 철옹성으로 변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아빠와 다정한 관계 맺기는 어렵게 됐다. 아마 기자와 같은 독자들도 많지 않을까.

주위에서 종종 이런 말을 들어왔다. 세월이 흘러갈수록, 즉 나 자신이 나이를 먹을수록 늙어가는 내 부모가 안쓰러울 때가 있다고. 그도 그럴 것이(대학생 시절의 이야기지만) 타지에서 생활하다 가끔 본가를 찾았을 때, 확 늙어있던 아빠의 모습에 많이도 짠했던 기억이 있다.

부모와 함께할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 물론 결혼이라는 제도 때문인 것도 있지만 이미 몸이 하나씩 고장 나는 부모 모습에, 이들이 어느 순간에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속 깊이 벤다. 불쑥 찾아올 수 있는 이별을 염두에 두고 사는 지금, 꼭 한 번쯤은 아버지와의 속 깊은 대화를 한번은 터놓고 싶다.

그런 기자에게 이 책은 작은 용기를 건넸다. 자녀의 성장을 지켜보고 이끌어왔던 어느 아빠의 이야기다.

괜찮은 아빠이고 싶어서. 내 아이 인생의 훌륭한 컨설턴트가 되겠다고 호기롭게 나선 아빠가 있다. 정치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윤태곤 작가는 만혼인 데다 마흔둘에 첫 아이이자 외동 늦둥이를 낳았다. 하지만 아빠가 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직업이 컨설턴트 임에도 아이를 대하는 것에 있어 윤 작가는 자꾸만 클라이언트가 된다. 이 책은 이제 8살이 된 딸을 둔 아빠가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관해 알게 된 것과 무엇을 모르는지 확인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나도 내 아이를 제 엄마만큼 사랑할 수 있다. 꼬물거리는 이 아이가 번듯한 사람으로 자라는 데 내가 큰 몫을 하고 싶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됐다. 1~3장은 윤 작가의 예쁜 딸 '이진'이가 태어난 순간과 돌잔치, 아이의 첫 사회생활인 어린이집 등원 이야기가 나온다. 준비된 아빠가 되기 위해 각오를 단단히 했지만 실제 아빠가 되는 건 다르다. 이야기 곳곳에 들어간 윤 작가의 반성과 성찰도 남다르다. 윤 작가는 출산 직후 아이의 '정상' 여부를 확인하고는 안도와 함께 낯 뜨거움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정상이라는 단어의 폭력성과 강박감이 비정상적으로 강한 사회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자기 자식에게 정상 확인표를 들이대는 스스로를 발견하면서다.

4~5장에서 딸 이진이는 보육에서 교육의 대상으로 커지고 이진이 아빠도 부모에서 학부모가 된다. 이야기는 보육에서 교육의 세계로 건너 들어온 이진을 위해 부모로서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한다.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지점에서는 아이에 대한 부모의 사랑과 부모에 대한 아이의 사랑이라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고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답은 간단하다. 많이 사랑하는 것. 딸이 아빠를 많이 사랑하고 있어야 잘못된 행동에 대한 질책이나 공부나 인성교육을 무리 없이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서로 연을 끊고 살았다시피 했던 아들 '동석'은 죽음을 앞둔 엄마 '옥동'에게 다시 다가간다. 지난날의 기억에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오르지만 그래도 엄마가 내 곁에 있을 때 그때 왜 그랬는지 이야기라도 속 시원하게 다 물어보고야 말겠다는 심정이다.

이 책도 그렇다. 세상 자녀를 사랑하는 모든 아빠와 또 그 자녀들이 함께 읽으면 좋겠다. 기자처럼 살면서 아빠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던 독자들이라면 더욱 추천한다. 그동안 단절됐던 대화의 물꼬가 되기에 충분하다. 256쪽, 1만6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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