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비극이 많다. 극단적인 예로 비 내리는 출근길에 서둘러 택시를 타려다 오토바이에 받혀 하루아침에 사지마비 환자가 된다거나, 얼마 전 파혼한 전 연인에게 "미안하지만 네 가장 친한 친구와 결혼하게 됐어."라고 통보받기도 한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두 비화는 성공 가도를 달리던 젊은 사업가 윌에게 잇달아 일어난 일이다. 사탄도 눈물 흘릴 그의 인생. 앞으로 어떡해야 할까?
군 복무 시절 어느 날 저녁, 상병이었던 나는 TV 쪽으로 고개 돌리는 것조차 귀찮아 석면 텍스로 된 천장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내가 병에 걸린다면 휴가를 못 가서일까. 1급 발암물질인 석면 때문일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 후임에게 추천받고는 관물대 구석에 짱박아뒀던 책이 생각났다. 묵직한 두께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무료함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읽어보기로 했다.
사고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휠체어에서 보내게 된 남자 윌은 모든 게 변해버린 암울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감정을 추스를 수 없게 된다. 그는 하루빨리 스위스에 가서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고 싶었지만 가족들의 만류로 딱 6개월만 계획을 미룬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밝고 솔직하게 살아가는 여자 루이자는 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 높은 시급을 준다는 윌의 간병인으로 일하게 된다. 하지만 타인을 거부하며 벌써 몇 명이나 간병인을 그만두게 만든 악동을 돌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장마가 조금씩 걷히는 듯한 이야기를 읽으며, 안락사를 고민하는 사람과 그를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주변인의 상황에 착잡했지만, 무거운 주제를 잠시 잊게 해주는 윌과 루이자의 좌충우돌 로맨스는 나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었다. 특히 교차로 보여주는 둘의 심리 묘사가 너무 재미있어서 취침시간까지 후레쉬로 비춰 몰래 읽다 걸려서 얼차려를 받았다.
평범한 일상을 바랐던 윌의 염원이 나에게 닿은 것인지, 이야기가 끝난 후 답답한 현실 속에서 작은 행복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다 읽게 된 한 권의 책으로 인해 남은 군 생활을 보람차게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독서의 힘을 몸소 깨달은 나는 그 길로 작가의 팬이 되었다. 언론인으로 일하다 전업 작가가 된 모예스는 '미 비포 유'의 흥행으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언론인 경력 덕분인지 그녀의 작품들은 재미와 감동 속에 각종 사회 이슈를 부드럽게 녹아내고 있다.
몇 년이나 흘러 사서가 된 지금도 '미 비포 유'가 꽂힌 서가를 정리할 때면 그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일상 속 소소한 감각들을 되찾고픈 이에게 꼭 윌과 루이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진정한 사랑이란 뭘까' 생각하며 제목인 'Me Before You'의 의미를 알아가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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