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걸려 온 전화 너머로 날카로운 비명이 들린다.
귀가 중이던 아들 김건우(우도환 분)는 전속력으로 엄마가 일하는 가게를 향해 달려간다. 도착하고 보니 가게 유리창은 다 깨져있고 검은 양복을 빼입은 남자 열 명이 가게를 둘러싸고 서 있다.
김건우는 망설임 없이 가드를 올린다. 날렵한 몸짓으로 날아오는 공격을 피하고, 빈틈을 노리는 강력한 훅으로 상대를 손쉽게 하나둘씩 때려눕힌다. 정장 열 명을 홀로 때려눕힌 김건우는 숨도 가빠하지 않는다.
어디선가 본 듯한 만화적인 캐릭터지만, 군더더기 없는 시원한 액션이 예상할 수 있는 전개도 몰입하게끔 만든다.
넷플릭스 새 시리즈 '사냥개들'은 복싱 유망주인 20대 청년 김건우가 신인왕전 결승전에서 만난 홍우진(이상이)과 의기투합해 악랄한 사채업자 김명진(박성웅)에게 맞서 싸우는 버디 액션물이다.
영화 '청년경찰'(2017)을 만든 김주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패기 넘치는 두 청년을 주인공 삼았다는 점에서 스토리 전개와 결말이 어느 정도 그려진다.
어렵게 따낸 1천만원의 복싱 신인왕 상금 중 5만원만 쓰고 남은 돈을 모두 생활고에 시달리는 어머니에게 건네려는 김건우와 그런 그에게 "만 원만 더 쓰라"며 고기 뷔페를 얻어먹으려는 넉살 좋은 홍우진은 성격이 정반대다.
두 주인공은 무심하게 치고받는 대사로 웃음을 자아내다가도 격투 장면에서는 서로에게 등을 맞긴 채 호흡을 맞추며 화려한 액션신을 완성한다.
시리즈는 두 주인공에게 입체성을 더하기 위해 성장 서사를 부각했다. 서사를 만들기 위한 장치로는 무적일 것만 같던 김건우도 속절없이 때려눕히는 막강한 상대 강인범(태원석)과 김건우-홍우진의 든든한 조력자가 돼줄 노련한 싸움꾼 두 명이 등장한다.
업계에서 전설로 통하는 황양중(이해영)과 이두영(류수영)은 오토바이 액션과 단검, 장검을 활용한 날렵한 액션을 선보이며, 산전수전을 함께 겪은 '브로맨스'(남자들의 우정)를 펼쳐 시청자들의 애틋함을 자아낸다.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주인공들을 각성하게끔 하는 역할도 충실히 해낸다.
점점 길거리 싸움의 기술을 익혀가는 두 청년 복서는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실리는 액션을 구사해낸다.
5화까지만 해도 '사냥개들'은 싸움의 판이 점점 커지면서 주인공들의 액션이 격렬해지고 긴장감과 짜릿함도 올라가는 액션물의 전형적인 문법을 따른다.
그러나 주연 김새론이 작년 5월 음주운전 사고로 하차한 극 후반부터는 조력자들의 구성이 갑작스럽게 바뀌면서 전개는 산만하게 흘러간다. 차곡차곡 시청자들의 분노를 쌓아올린 빌런 김명진을 무릎 꿇리는 결말이 다소 엉성하게 펼쳐지면서 "허무하기까지 하다"는 평도 나온다.
지난 9일 공개된 '사냥개들'은 공개 3일 만에 2천797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TV쇼 부문 리스트 2위에 올랐다. 브라질, 프랑스, 멕시코를 비롯한 40개 국가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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