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부채납한 ‘공개공지’, 아파트 안뜰처럼 만든 입주자대표 경찰에 고발

수성구 한 신축 단지, 878㎡에 담벼락 치고 아파트 브랜드 입간판 세워
수성구청 원상복구 명령 및 과태료 1천만원 부과 예고

지난해 3월 준공된 수성구 한 아파트 단지. 이곳은 시민 모두의 휴식공간인 공개공지에 울타리를 치고 입간판 등 불법구조물을 설치해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다. 김윤기 기자
지난해 3월 준공된 수성구 한 아파트 단지. 이곳은 시민 모두의 휴식공간인 공개공지에 울타리를 치고 입간판 등 불법구조물을 설치해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다. 김윤기 기자

15일 오후 수성구 중동 한 아파트 단지. 북편 출입구 앞에는 '이곳은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공개공지'라는 안내판이 붙었지만 이곳 좌우 약 100m 구간에는 어른 허리 높이가 넘는 철제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안내판이 아니라면 아파트 단지 내 정원과 전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담벼락 끝자락에는 아파트 브랜드 입간판까지 큼지막하게 설치돼 있었다.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단지 옆 공개공지(公開公地)에 울타리를 치고 입간판을 설치하는 등 사실상 사유화한 아파트 입주자대표가 경찰에 배임 혐의로 고발 당했다. 수성구청은 원상복구 명령과 함께 과태료 1천만원 부과를 예고한 상태다.

공개공지는 건축법에 따라 도심에서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을 지을 때 건축주가 대지면적 10% 이하의 공간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시민 휴식 공간이다. 공개공지임을 쉽게 알 수 있게 안내문과 의자, 그늘막 등 휴게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시민 통행을 막는 구조물을 설치하거나 다른 용도로 써서는 안 된다.

지난해 3월 준공된 이 아파트 단지는 같은 해 6월 단지 북편 878㎡의 공개공지에 울타리, 띠조명 등 불법 구조물을 설치했다. 공개공지 표지판 역시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임의로 철거했다가 구청의 지적을 받고서야 다시 '원위치'시켰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같은 불법 건축물 설치 비용은 입주예정자 모임 대표였던 A씨가 입주박람회 주관사를 통해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입주민 공식 동의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고 사용처를 정했고, 이제는 원상복구 비용까지 들 상황이라 입주민에 피해를 입혔다는 게 고발 요지다. 일부 동대표들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수성구청은 인근 주민의 신고로 지난 4월 공개공지 훼손을 확인했다. 이어 이달말까지 불법 건축물 철거 및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1천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통보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최근에는 공개공지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져 행정처분이 거의 없는데 특이한 사례"라며 "입주자대표회의 측에서 내부 이견으로 해결에 시간이 걸린다고 해 이달말까지 말미를 준 상황이다.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처분 이외에도 연간 2회의 이행강제금 처분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장 A씨는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답변을 하기 어렵다"며 "입주민 의사과 무관하게, 혹은 이에 반해 시설물을 설치했다는 주장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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