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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공룡둘리' 김수정 작가 "이웃 보살 필 때 어른으로 가는 것"

매일신문과 서면 인터뷰…아기공룡 둘리 40주년, 金 작가가 건네는 어른의 가치
둘리 극장판, 리마스터링 개봉 색감 구현 집중…성인 된 고길동 재평가 화제
진정한 어른의 가치 생각할 기회 "어른이라고 완벽X, 성장해야"
출판 만화 작업 중 차기작 준비

김수정 작가. 둘리나라 제공
김수정 작가. 둘리나라 제공

아기공룡 둘리를 만든 김수정 작가가 매일신문과 대구경북 팬에게 전하는 메시지. 둘리나라 제공
아기공룡 둘리를 만든 김수정 작가가 매일신문과 대구경북 팬에게 전하는 메시지. 둘리나라 제공

"외로운 둘리는 귀여운 아기공룡, 호이 호이~."

1980, 90년대 세대들의 어릴적 인기 만화 '아기공룡 둘리'가 탄생 40주년을 맞아 지난달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둘리 만화의 극장판 '아기공룡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판이 지난달 개봉하면서 밀레니얼 세대의 향수를 자극했다.

개봉을 앞두고 영화 배급사가 공개한 '고길동의 편지'도 연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SNS상에 '둘리의 만행'이라는 짧은 영상들이 장난삼아 올라오면서 성인이 된 80, 90년생들이 "크고 보니 고길동 아저씨를 이해하겠다"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다.

고길동의 편지에는 '제가 악역이 아니라 진정한 성인이었다는 말을 들을 줄이야', '한 때를 추억하는 바로 지금이 내 미래의 가장 그리운 과거가 된다', '둘리야, 철들지 말거라… 네 모습 그대로 그립고 아름다웠다고 말해주고 싶다'는 등의 내용이 담기면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전 세대에 걸쳐 이토록 사랑받는 둘리를 탄생시킨 주인공은 바로 김수정 작가. 이번 리마스터링 개봉과 함께 '진정한 어른의 가치'를 말하며 연일 큰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 작가가 매일신문 인터뷰를 통해 대구경북의 둘리 팬들에게 깊은 이야기를 건넸다.

◆잊었던 꿈 다시 꿀 수 있기를

김 작가는 매일신문 독자와 대구경북 팬에게 반가운 인사를 전했다. 그는 "시간은 살처럼 날아가고, 듬성듬성한 머리숱에 하얀 서리가 내렸다. 그래도 여전히 둘리가 우리 곁에 있다는 게 신기하고 대견스럽다"며 "둘리를 사랑하시는 대구경북 팬 여러분들께 감사의 큰절 올린다"고 했다.

이번 리마스터링 제작은 한국영상자료원 영화 복원 프로젝트의 하나로 시작됐다. 한국영상자료원으로부터 리마스터링 작업 연락을 받으면서 함께 작업 논의를 진행했다. 특히 색감 구현에 신경 썼다는 김 작가는 깔끔한 영상이 탄생한 것에 만족을 보였다.

김 작가는 "깔끔한 영상으로 여러분을 찾게 돼 고마울 뿐이다. 어쩌면 잊고 있던 꿈을 다시 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속 한 장면. 워터홀컴퍼니 제공.

◆진정한 어른은 뭘까

어른이 된 20, 30대 둘리 세대가 '고길동'을 이해했듯, 많은 독자가 둘리를 보며 어른의 가치는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고길동도 처음부터 완벽한 어른은 아니었다. 영화 초반에는 고길동이 둘리 일행과 싸우고 이들을 쫓아내기 위해 혼내는 장면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그는 둘리가 성장할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해낸다.

고길동의 모습을 통해 김 작가는 "어른이라고 모든 것이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을 나타내고자 했다"고 답했다.

그는 "때로는 어린이보다 못한 어른도 많다. 극 중에 나오는 고길동 또한 아이보다 더 아이스러울 때도 있다. 그러고 보면 어른이나 아이나 다 철없고, 재간 없고, 말썽꾸러기인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에는 없나요? 혹시 상사는? 아내는? 남편은…?"라며 웃었다.

대신 김 작가는 둘리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어른이 되는 방법을 슬며시 드러낸다.

영화 속 우주에서 둘리 일행이 만난 가시고기에게 바요킹(악당)의 만행을 들은 둘리가 "처치하면 되잖아"라고 용감하게 외친 뒤 얼음별에 불시착을 한다. 그곳에서 옛 친구 공실이와 둘리 엄마, 악당에 붙잡힌 고길동을 구하기 위해 둘리는 최후의 초능력을 쓴다.

고길동이나 둘리 엄마가 보호해야 할 존재였던 '아이'가 스스로 악과 맞서 싸워 이기는 장면이다. 둘리 엄마도 그런 둘리에게 "육체적인 성장이 아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어른이다"고 말을 건넨다.

김 작가는 "어른은 시간이 지나므로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지난한 과정과 많은 생각(철학)이 쌓여 점점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것이다. 끝내는 스스로를 보호하고 이웃을 보살필 수 있을 때 한 발짝 더 어른으로 가는 것"이라고 의미를 더했다.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속 한 장면 [워터홀컴퍼니 제공.

◆차기작도 준비 중

영화 장면 속 심어둔 유머 코드, 캐릭터의 대사에 대한 의미도 물었다.

고길동이 바요킹에 의해 처형당하기 직전, 마이콜의 '떠나간다~'라는 노래에 바요킹이 감동한 반면 고길동의 노래엔 화를 내는 모습, 도우너의 도움을 통해 구출돼 둘리 일행을 버리고 도망친 고길동이 가시고기에게 바요킹을 물리칠 사람은 '고 씨 성을 가진 이다'라는 말을 듣고 다시 돌아가는 장면, 엄마와 이별에 슬퍼했지만 의젓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둘리 모습 등이다.

이에 김 작가는 "고길동이 둘리 일행에 다시 돌아갔다기보다는 안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헤어짐 뒤 태연한 모습을 보이는 둘리는 현실로의 복귀, 어벙하지만 영리한 둘리의 모습을 표현해냈다"며 "작가가 답하기보다는 보시는 여러분들이 각자의 시선에서 해석하면 좋겠다"고 웃었다.

차기작에 대한 계획도 이야기했다. 그는 예전에 한 차례 무산된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대한 작업을 다시 진행하고 있다.

김수정 작가는 "2013년 개봉 예정으로 준비했던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중간에 무산됐다. 그때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지금 출판 만화(원고)를 작업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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