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은 '부부(夫婦) 사이 안녕(安寧)하신가요?'에 이어지는 내용이다. 먼젓번 칼럼을 읽고 이번 칼럼을 읽기를 권고드린다. 앞선 칼럼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위해 부부 관계가 가장 중요함을 알 수 있었는데, 그렇다면 부부(夫婦)간의 공존지수(共存指數)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부부가 서로 바라는 노후를 구체적으로 그려 보고 함께 설계해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부부의 인생 계획 중 부모로서 세운 계획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부부 중심의 삶에서 의미와 행복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제 '100세 시대'이다. 직장에서 은퇴하고 자녀들을 독립시킨 후에도 부부가 함께 30~4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인생 설계가 필요하다.
은퇴 후 행복한 부부 생활은 부부 두 사람이 그리는 노후가 동상이몽(同牀異夢)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먼저다. 은퇴 후 삶에서 부부 각자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은퇴 후 어디서 살고 싶은지, 부부 각자가 꿈꾸는 삶의 모습을 서로 확인하고 그 간격을 좁혀 나가야 한다.
둘째, 배우자와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 가족학자들은 나이 들수록 부부 사이에 우정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가슴 떨리는 뜨거운 열정은 쉽게 무뎌지지만 따뜻한 우정은 시간이 갈수록 더 깊어져 함께 사는 행복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셋째, 부부간에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 최근 은퇴기에 돌입한 중장년층의 '일터형 인간'으로 살아온 남편들은 새로운 역할에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해오던 습관을 스위치 오버(switch over·전환)해야 한다. 젊어서는 일을 챙겼지만 나이 들어서는 아내를 챙겨야 한다. 은퇴 후 부부들이 가장 많은 갈등을 경험하는 영역이 가사 분담 문제다. 특히 전업주부로 살아온 여성들이 퇴직 후 가정으로 돌아온 남편을 하루종일 뒤치다꺼리하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퇴직 남편 재가증후군'(retired husband syndrome)이라고 부를 정도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은퇴 후 부부는 자녀 양육자로서의 역할, 생계 부양자로서의 역할 등을 마치면서 새로운 역할 조정의 단계로 돌입하게 된다. 이때 부부는 '남편의 일' 혹은 '아내의 일'을 고수하기보다는 집안일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돌봄 제공자가 되어야 한다.
아내는 지금까지 땀 흘리며 수고한 남편을 인정하고, 은퇴 후 집 안에서 남편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얘기해 보자. 남편은 아내도 집안일에서 은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자. 남편이 앞치마를 두르고 가사일을 하는 것은 남자로서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 아니라, 아내의 파트너로서 협력하고 돌보는 일이다.
넷째, 참회(懺悔)와 감사(感謝)이다. 노후에 홀로된 대부분의 어르신은 배우자가 살아 있을 때 좀 더 잘해 주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부부들은 젊은 시절 오래도록 서로의 마음을 바꾸려는 헛된 노력으로, 서로 상처 주고 상처를 입었다. 남편(또는 아내)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남편(또는 아내)을 고쳐 쓰려 한 마음을 참회해야 한다. 상처를 주고받았던 점을 참회해야 한다. 있는 그대로 보는 그대로 마주해야 한다. 배우자가 살아 있음에, 현재 나와 함께한다는 것만으로 감사하자.
부부 사이의 공존지수를 높이는 것이 노후의 안녕(安寧)이자 행복이다. 노년이 행복하면 그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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