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경북이 호명한 트루먼 

최경철 논설위원
최경철 논설위원

경북 칠곡 다부동전적기념관과 이곳 주변을 호국성지화하는 경북도의 사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6·25전쟁 영웅들을 기리기 위한 동상·흉상도 기념관에 들어선다. 백선엽 장군의 동상, 이승만·트루먼 전 한미 대통령 동상, 월턴 워커 초대 미8군사령관 흉상이 세워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트루먼이라는 이름은 낯설다는 사람들이 적잖다. 역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약한 우리나라 사정이 있다 보니 6·25전쟁에서 해리 트루먼(1884~1972·미국 제33대 대통령)의 역할은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그러나 트루먼은 우리나라를 지킨 인물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가 미군이 주도하는 유엔군의 즉각 참전을 주도,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내면서 전세를 뒤집었기 때문이다.

트루먼은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군사력이 급격하게 축소됐는데도 불구하고 주로 일본에 주둔 중이던 미군을 동원해 공산주의자들의 침략에 맞서겠다는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렸다.('헨리 키신저의 세계 질서' 중에서) 그는 6·25는 소련과 중국의 한반도 공산화 전략에 따른 북한의 대리전임을 단번에 읽어내고 전쟁에 넌더리를 내던 미국 내 반전 여론을 돌려세우고 전쟁 발발과 동시에 참전을 결정했다.

트루먼의 결단이 없었다면 낙동강 방어선이 처참하게 무너진 뒤 공산화까지 됐을 터. 전쟁 때 우리와 미국이 함께 싸운 동지애는 미국 내 여론을 움직였고, 미국 내 일부 정치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휴전 직후 한미상호방위조약까지 체결됐다. 트루먼이 한미동맹의 기초를 닦은 것이다.

트루먼의 업적을 잘 알았던 박정희 대통령은 직접 쓴 휘호를 새긴 트루먼 동상을 1975년 10월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 세우도록 했고, 아직도 이 동상은 우뚝 서 있다. 그러나 트루먼은 잊혀 왔고 동상의 존재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다. 중앙정부가 오랫동안 놓쳐 버린 영웅 트루먼을 경북도가 주도해 다시 호명한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나라를 지켜온 호국의 고장 경상북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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