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공항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하려다 붙잡힌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16일(현지시간) 법정에서 문제의 여권이 위조 여권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권 대표는 이날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서 열린 위조 여권 사건 재판에 출석했다.
이날 새로운 변호사 2명이 권 대표와 함께 법정에 출석했지만, 이들은 급하게 사건을 수임한 듯 판사에게 사건을 파악하기 위한 15분의 시간을 요청했다. 결국 이날은 권 대표가 홀로 '셀프 변론'을 했다.
삭발에 가깝게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법정에 선 그는 자신이 사용한 여권이 위조여권임을 몰랐다는 주장을 펼쳤다.
권 대표는 "친구의 추천으로 싱가포르에 있는 에이전시를 통해 모든 서류를 작성한 뒤 코스타리카 여권을 받았다"며 "벨기에 여권은 다른 에이전시를 통해서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에이전시를 통해 그라나다 여권을 신청할 때는 거절당했고, 코스타리카 여권을 신청할 때는 신청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며 "또한 신뢰할만한 친구가 추천해준 에이전시였기에 에이전시를 신뢰했다"고 덧붙였다.
또 코스타리카 여권으로 전 세계를 여행했다면서 몬테네그로 국경을 통과할 때도 이 여권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만약 위조 여권인 줄 알았다면 포드고리차 공항에 전세기를 대기시켜놓고 코스타리카 여권을 공항에 제출했겠느냐고 반문한 뒤 "그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해당 에이전시의 명칭을 묻는 판사의 질문에는 "중국말로 돼 있었는데,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그는 "압수된 노트북 메일함에 에이전시 이름이 있다"며 "노트북을 확인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몬테네그로 현지법에 따르면 위조 여권 혐의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최저 3개월에서 최고 5년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권 대표는 유죄 판결이 나더라도 정상을 참작해 형을 감경받을 수 있도록 위조 여권임을 몰랐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권 대표는 함께 붙잡힌 측근 한모 씨에 대한 선처도 호소했다. 권 대표는 한씨는 "죄가 없다"며 "위조 여권으로 처벌을 받게 되면 나만 받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3월 23일 체포된 이후 포드고리차 외곽에 있는 스푸즈 구치소에서 3개월 가까이 지내고 있다. 지난달 보석을 신청했지만 상급 법원인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범죄인 인도 재판을 위한 신병 확보를 이유로 6개월 구금 연장을 결정했다.
권 대표는 최후 변론에서 판사에게 "대화할 사람이 없어서 힘들다"며 "한씨와 같은 방을 쓰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판사는 이에 대해 이번 재판에서 다툴 문제가 아니라며 왜 함께 방을 쓰면 안되는지는 변호사에게 설명을 들으라고 잘라서 거절했다.
1시간 반 정도 이어진 이번 재판은 몬테네그로어로 진행됐다. 권 대표 등은 셀만 아조비치라는 이름의 통역사를 통해 영어로 자기 뜻을 전달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판결은 19일 오후 2시에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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