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를 놓고 대구시와 경찰이 충돌하는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졌다. 행사를 막으려는 대구시와 축제 진행을 위해 도로 통제에 나서려는 경찰이 현장에서 부딪친 것이다. 이날 축제는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철수하면서 다른 불상사 없이 진행됐다. 하지만 유례 드문 공권력 간의 충돌은 시민들에겐 불안하고 불편한 경험이었다.
대구시는 이미 퀴어축제를 '도로 점용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집회'라고 규정, '행정대집행'을 통해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적법하게 신고된 합법 집회'라며 주최 측 차량이 진입할 수 있도록 도로를 통제했다. 사전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축제 당일 주최 측이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무대 설치 차량 진입을 시도하자, 대구시·중구청 공무원들은 길을 막았다.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경찰은 공무원들을 도로 밖으로 밀어냈다. 공무원들은 불법 집회 방조하는 대구경찰은 각성하라고 반발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대구 시민들이 정당하게 이용하는 시내버스는 막아서면서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하는 트럭은 진입시키는 행위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대구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반면 경찰은 법률 검토 결과, '대구시의 행정대집행은 무리'란 결론을 내렸다. 퀴어축제가 '집회의 자유' 범주에 있는 집회로 도로 점용 허가를 받지 않더라고 형사법과 행정법 영역에서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대구시와 경찰의 입장은 확연히 다르다. 이로 인해 두 기관의 책임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역사회와 시민들은 대구시와 경찰의 갈등을 걱정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찰은 각종 행사와 집회 등의 안전과 질서를 위해 긴밀히 협조·공조해야 할 책임이 있는 기관이다. 그런 두 기관이 충돌하면 시민들은 불안하고, 공권력은 불신을 받는다. 대구시와 경찰은 한발씩 물러나 이번 사태를 원만하게 매듭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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