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통령의 교육 개혁 옳지만 수험생에게 부담 전가는 안 된다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이 전격 경질되고, 수능과 수능 모의고사 출제를 맡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대한 총리실·교육부 합동 감사가 조만간 진행될 예정이다.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파격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수능 변별력은 갖추되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공정한 수능'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올해 초부터 여러 차례 전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 관료와 문재인 정권에 의해 기관장이 임명된 평가원은 이를 사실상 무시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판단으로 보인다.

현재 고교생 상당수와 학부모들은 학교 내신을 위한 '내신 사교육'과 수능 준비를 위한 '수능 사교육'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사교육비는 2007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26조 원으로 집계됐다.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저출산 문제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사교육비 부담이 꼽힌다. 교육부 관료 집단과 사교육 시장의 주류가 이권 카르텔을 결성하고 '공교육 범위 밖 수능 출제'로 사교육을 더욱더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권 카르텔 분쇄에 교육 개혁의 초점이 맞춰진 셈이다.

대통령의 교육 개혁 방향은 원칙적으로 옳다. 그러나 수능이 이제 겨우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수험생의 입장에서 볼 때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말씀'으로 인해 수능 출제 방향이 어떻게 바뀔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사교육 도움 없이 해결하기 어려운 소위 '킬러 문항'이 없어진다면 수능이 너무 쉬워져서 변별력을 상실한 물수능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거듭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공교육 범위 내에서 변별력을 갖춘 수능 출제'를 주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수험생들이 이런 유형의 시험을 아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혼란스럽고 답답하다. 수능 전에 평가원 출제 모의고사 횟수를 늘려 수험생들의 심리적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한 방법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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