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생유'(無中生有).
병법 36계중 적전계의 제7계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라는 뜻이다. 우리나라가 그러하다. 대한민국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나라이다.
2023년 IMF 발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1인당 GDP가 3만 3천 달러로 집계되었다. 6.25 전쟁 이후 60여년 만에 1인당 GDP를 400배나 올린 것이다. 놀랍지 아니한가?
기적에는 공짜가 없다. 그 이면에는 대한민국의 강렬한 산업화와 민주화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의 고도성장, 압축성장의 중심에는 구미와 경북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자·반도체 도시인 구미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낙동강변의 허허벌판 모래밭에 불과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3년 경제성장과 전자 산업 발전의 비전을 가지고 대한민국 제1호 국가산업단지인 구미국가산단을 조성한 뒤, 전자반도체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그 결과 구미는 5개 국가산업단지를 보유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자도시로 자리 잡았고,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제 '한강의 기적'을 넘어선 '대한민국의 기적'이 필요하다.
전 세계는 현재 치열한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 중이다. 저마다 자국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기업 유치, 기술 초격차 확보 등 다양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치열한 생존싸움의 현장의 중심에 대한민국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외의 외교 전략을 살펴보자.
중국은 ▷마오쩌뚱의 '심알동 광적량 불칭패'(굴을 깊게 파고, 식량을 비축하며, 패권자라 칭하지 말라) ▷덩샤오핑의 '도광양회'(어둠속에서 실력을 기른다) ▷장쩌민의 '유소작위'(어떤 일을 하여 성취한다) ▷후진타오의 '화평굴기'(평화롭게 부상한다) ▷시진핑의 '주동작위'(적극적으로 역할을 한다)의 시대별 전략적 외교정책을 펼치며 비약적인 발전과 성장을 거듭해 왔다.
중국이 시대적 흐름 속에서 펼쳤던 주동작위(적극적으로 역할을 한다)의 외교 전략처럼, 경상북도와 구미시는 미래 먹거리 선제적 발굴과 지방 중심의 관점에서 지방소멸 위기를 지방시대를 주도적으로 열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일환이 바로 구미 반도체 핵심 소재·부품 특화단지 유치인 것이다.
구미는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발상지이며, 비수도권 유일의 반도체 소재·부품 관련 기업 344개사가 있는 산업 집적지라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초격차 달성과 첨단 소재·부품 공급망을 확충할 수 있는 반도체 핵심 소재·부품 특화단지의 최적지라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채택하고 지방시대를 열기 위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은 구미를 제외하면 '평택-화성-용인' 등 반도체 산업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매우 심각하다.
윤석열 정부의 국가철학인 지방시대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반도체 핵심 소재·부품 특화단지의 구미 선정은 반도체 산업의 수도권 집중화 해소와 지방시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이다.
문득,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중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는 온 우주가 자네의 소망을 실현하도록 도와준다네" 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대한민국의 기적을 만들어 나가는데 그 바탕이 되어줄 낙동강의 기적이 반도체 특구의 구미 지정을 통해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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