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가끔 SNS에 책 소개를 올린다. 잊히고 싶지 않은 것이다. 지난 6월 5일에는 "경제학을 전문가에게만 맡겨 두면 우리의 운명은 신자유주의와 같은 지배 이데올로기에 휘둘리게 된다"는 글을 올렸다. 그의 경제관을 잘 보여 주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 때의 경제정책도 실은 모두 이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문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참담했다.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탈원전, 그리고 재정정책에서 실패했다. 소득주도성장은 가계소득이 늘면 소비가 확대되어 투자가 늘고,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그럴듯한 선순환론이다. 그래서 최저임금을 2년간 약 30% 올렸다. 그러나 일자리는 줄고, 소득분배는 악화되었으며, 성장률은 떨어졌다. "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라면 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지 않았다."(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문 전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만큼은 자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주택 가격이 5년간 2배 이상 폭등했다. 저소득층과 청년층이 가장 많은 피해를 보았다. 자기 집 마련의 꿈을 잃은 청년층은 주식과 코인 투자에 몰려들었다. 탈원전 비용은 2030년까지 47조 원에 이른다.(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보고서) 국가채무는 5년간 약 660조 원에서 1천75조 원으로, 415조 원 늘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에 달해, 재정건전성의 분기점인 60%에 가까워졌다.
이런 참담한 실패 이유는 간단하다. 순진한 아마추어리즘이 첫 번째 문제다. 부동산 정책을 주도한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모두 비전문가였다. 탈원전 정책도 에너지 분야 전문가가 아닌 환경운동이나 인문학, 의학 분야의 인물들이 주도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이 "월성 1호기를 2년 반 동안 한시적으로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하자,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너 죽을래"라고 한 말은 유명하다. 논리가 안 되니 주먹을 치켜든 것이다. 전문가들이 배제된 이유가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전문가를 지배 이데올로기의 도구로 본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의사가 아닌 보통 사람에게 수술을 시킬 수는 없다. 그런데 문 정부는 모든 국정을 그렇게 했다. 결과는 불문가지다. 대한민국 수준의 국가를, 전문가를 배제하고 아마추어들이 통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부동산 정책이 20개 이상 쏟아지고, 부동산만은 자신 있다는 말을 들으며, 모든 국민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하지만 아마추어리즘의 역사적 연조는 길다. 올림픽 정신도 아마추어리즘이다. 금전적 이득 같은 세속적 욕망을 초월해 인간의 순수한 정신을 지향하자는 것이다. 그만큼 인간의 영혼 깊숙이 내재된 열망이다. 그래서 문 전 대통령의 아마추어리즘도 단순히 유치한 사고로 매도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정치 이데올로기로서의 아마추어리즘에는 큰 위험이 숨겨져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사람 중심 경제'를 표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단골 슬로건도 '사람 사는 세상'이었다. 지금은 사람이 살 만한 세상이 아니라는 비판일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을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신자유주의가 '사람'의 운명을 제멋대로 휘두르므로, '1원 1표의 시장 논리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물론 시장은 순수하지 않다. 그 본질은 '이익'의 추구에 있다. 사람을 해칠 수도 있다. 시장을 보는 전형적 관점은 둘이다. 하나는 죄악으로 보고, 다른 하나는 번영으로 본다. 전자의 대표가 마르크스고, 후자는 애덤 스미스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이미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될 때 판가름 났다.
하지만 시장이 승리한 것만 보면, 이 역사의 재판정에 함축된 정치적 의미를 놓친다. 왜 '순수'가 패배했는지, 그리고 그 '순수'가 실제 어떤 역사 현실을 만들어 냈는지 주목해야 한다. 요약하면, 역설적이지만 '순수'는 빈곤과 억압, 야만을 초래했을 뿐이다. '순수'를 고집하는 자들의 도덕적 오만이 전체주의로 귀결되었기 때문이다. 스탈린 체제가 그랬고, 북한 체제는 더 심각하다. 역사의 판결문에 기록된 최종 결론은 이렇다. "지상에 천국을 만들려는 시도는 언제나 지옥을 만들 뿐이다."(칼 R. 포퍼 '열린 사회와 그 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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