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정이 19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교육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올해 자칫 킬러 문항 출제를 피하려다 변별력 확보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학부모와 수험생 사이에선 '물수능'에 어떻게 대비할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최상위권 경쟁률·재수생 비중 높아질 것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학교 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 협의회'에 참석해 "(수능의) 적정 난이도가 확보되도록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기 위한 시스템을 점검하는 등 교육부 수장으로서 모든 가능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소위 '킬러 문항'은 시험의 변별성을 높이는 쉬운 방법이지만,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이었다며 저격에 나선 것이다.
교육계에선 지난주 윤 대통령의 "공교육 교과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발언에 이어, 이 부총리까지 나서 '킬러문항 배제'라는 보다 구체적인 출제 방향을 공언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수능 난도가 예년보다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수능은 변별력을 갖춘 공정한 시험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 부총리가 이날도 '적정 난이도'를 언급했기 때문에, 킬러 문항이 사라진 자리는 '준킬러 문항'이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교육계에서는 이번 당정의 발표에 따라 최상위권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재수생 비중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동기 대구동구진로진학지원센터 센터장은 "중위권과 상위권 학생들 간 변별력이 약해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보통 의대를 노렸다가 최저 등급을 맞추지 못한 학생들이 약대로 빠지는 경향이 있는데, 수능 난도 하락으로 최저 등급을 맞추기가 수월해져 의대 경쟁률이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차상로 송원학원 진학실장은 "수능이 5개월밖에 안 남은 상황이기 때문에 보통 같으면 반수를 단념했을 대학생들도 '물수능'에 대한 기대로 뒤늦게 합류하는 경우가 일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수능에서 N수생 비율이 예상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학부모 "당장 학원 안 줄여"
이날 교육부는 적정 난이도를 확보하는 방안과 관련해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겠다'는 것 외에 뾰족한 해답을 내놓지 않아 학부모들의 혼란이 더욱 가중되는 모양새다.
아들이 오성중 3학년에 재학 중인 학부모 A씨는 "우리 아이 때부터 고교학점제가 완전히 적용돼 이것만 해도 머리가 아픈데 왜 이렇게 자꾸 교육 방향이 바뀌는지 모르겠다"며 "어차피 경쟁은 상대적인 것이라 킬러 문항이 출제되지 않는다고 해서 아들이 다니는 학원을 줄일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혜화여고 2학년 딸을 둔 학부모 B씨는 "지금은 대학생인 큰 아이 때부터 사교육을 받아도 처음 접하는 문제 유형이 너무 많아진 게 느껴져서 킬러 문항 배제 자체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대학별 논술 고사 등의 난이도가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몰라 불안감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사교육을 늘려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선 당장 학원을 끊거나 과외를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 16일 교육부 출입기자단과의 백브리핑에서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하더라도 난이도 조절이 가능하고, 어느 정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체감 난도 부분도 고려하고 있는데 수험생들이 학교 교육과정이나 교과서 등 접할 수 있던 여러 자료들 바탕으로 문항이 나와도 어려운 문항을 출제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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