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대구시-대구경찰청 간 충돌을 부른 '대구퀴어축제'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퀴어축제 측은 대구시 고발을 예고했고, 대구시도 경찰 대응을 놓고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는 등 법적 공방이 벌어지는 수순이다. 전문가들은 입법을 통해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는 축제를 방해한 행정당국을 이르면 다음주 중 고소·고발하겠다고 19일 밝혔다. 대구시와 중구청이 집회 무대 설치를 원천 차단하는 등 집시법을 위반했다며 구체적인 고소·고발 대상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대구시 역시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결과에 따라 경찰의 법적, 행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맞섰다.
경찰과 대구시의 충돌은 경찰이 내세운 집시법(집회시위에관한법률)과 대구시가 내세운 도로법의 충돌로 볼 수 있다.
대구시는 집회 허가를 받았더라도 도로에 무대나 가판을 설치할 때 지자체에서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집시법 시행령에 주요 도시 집회, 시위 제한 구역이 명문화돼 있고, 중앙대로 대중교통전용구간이 여기 해당한다고 강조한다. 금지할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김수영 대구경찰청장은 통상 민주노총 등 다른 집회의 경우에도 대구시 도로 점용 허가 없이 길을 터줬는데 퀴어축제만 제재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무리한 행정대집행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례도 들었다.
법조계에서도 이번 사안에 대한 판단은 엇갈린다.
강수영 법무법인 맑은뜻 대표변호사는 홍준표 대구시장 말대로 이번 집회 공간이 집시법 시행령에 따른 '집회가 제한된 구역'에 해당하더라도 법원의 판단은 그간 보수적이었다는 점을 짚었다.
강 변호사는 "법원은 주변 교통 소통이 매우 심각하게 저해되는 경우에만 보수적으로 집회를 제한해왔다. 도로 점용 역시 월·연단위로 이뤄지는 경우가 문제가 됐고. 하루 정도는 '일시적'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 퀴어축제 집회를 제한하지 않은 경찰 판단이 잘못됐다 단언하기 어렵다"고 했다.
절차적 문제도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집시법상 교통 소통을 위해 집회를 제한할 수 있지만 그 주체는 경찰이다. 행정대집행 역시 문제 발생 후 철거가 원칙이라 대구시가 무대설치를 원천적으로 막으려 한 부분은 어색하다. 집회 방해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박준섭 변호사는 헌법상 집회의 자유는 고도로 보장돼야 하지만 이것이 무제한적 권리는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집회의 내용이나 목적을 제한할 수는 없지만 방법을 제한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박 변호사는 "집회는 광장이나 인도 같은 곳에서도 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도로에서도 하더라도 행진 등 '덜 침해적인' 방식으로 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은 추상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다수의 기본권이 상충하는 부분에 대해 입법부가 법률로써 충돌을 방지해야 한다. 앞으로 이 문제가 계속 불거질텐데 유연하고 신중한 대처를 주문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1박2일 상경 노숙집회로 야간까지 극심한 교통정체를 유발하는 등 피로감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도 관련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내달 3일까지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를 주제로 국민참여 토론을 열고 있다. 정부가 이르면 내달 중 발표할 집시법 개정안에서는 야간 집회 제재 규정 개정, 집회 소음 기준 강화, 도심 주요 도로 집회 시위 제한 시행령 준수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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