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 세대'와 '얼죽아 세대'를 들어본 적 있는가? 여기서 말하는 '라떼'는 우유가 들어간 커피가 아니다. 나이가 든 어른들이 '나 때는~'으로 시작하며 훈수 두는 것을 발음이 비슷한 '라떼'에 빌어 중의적 표현을 담아 탄생한 신조어를 바로 '라떼', 혹은 '라떼 세대'라 한다.
'얼죽아'는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약자로, 추운 겨울에도 아이스 커피를 고집하는 젊은이들을 통칭한 용어로 쓰인다.
015B '신인류의 사랑'을 듣고 컸던 필자도 X세대라 불리며 당시 어른들로부터 '세대차이' 소리를 듣고 컸는데 이제 그 어른들의 자리에 필자가 앉은 모양새다. 동생들과 또는 회사 동료들과 있는 자리에서 필자도 모르게 '나 때는~'을 뱉고 화들짝 놀라는 일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훈수나 지적을 하려는 게 아니라 예전 이야기를 하려는 건데도 '나 때는~'으로 시작하면 대화의 내용과 상관없이 "지금 '라떼' 시작하시는 거예요?"라고 대꾸하니 참으로 난감하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라떼'가 어때서? 라는 오기가 돋는다. 그래서 오늘은 작정하고 '라떼 세대'가 돼보기로 한다.
어릴 적엔 동네마다 비디오 대여점이 있었다. 요즘엔 핸드폰으로 온갖 영화와 드라마를 실시간으로 즐기지만 '나 때는' 인기 있는 비디오나 좋아하는 작품의 최신편을 보기 위해서는 비디오 가게로 가야만 했다. 그것도 타이밍을 잘 맞춰야 헛걸음 하지 않고 빌려올 수 있었는데 대여 중임을 표시한 거꾸로 꽂힌 통 안에 비디오가 들어있을 때 그 쾌감은, 마치 슬램덩크 속 강백호가 기적의 버저비터를 성공시킨 기분이랄까!
요즘 초등학생들은 하교와 동시에 학원으로 등원을 하고 몇 개의 학원을 돌고 돌아 해가지면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라떼'의 초등학생들은 대부분 하교와 동시에 놀이터로 향했고, 놀이터 앞에 항상 있던 가게에서 군것질거리를 사먹거나 봉봉(트램블린)을 타고 친구들과 놀다가 귀가하곤 했다.
공연기획사에 입사해 공연 일을 배우던 2000년도에는 요즘처럼 티켓대행사의 발권시스템이 아니라 디자인된 종이 티켓을 인쇄해서 손으로 한 땀 한 땀 좌석 번호를 적어 티켓을 만들었는데, 잠시라도 정신줄을 놓으면 같은 좌석 번호를 중복해서 쓰거나 몇 줄을 뛰어넘어버리기 부지기수였다.
이렇듯 나열하면 끝이 없는 필자의 '라떼'가 '추억'이라는 어여쁜 단어가 아닌 '라떼 세대'로 치부되는 것 같아 섭섭하기 그지없다. 현재를 기준으로 돌이켜보면 당시의 일상은 '불편함'으로 보일지 모르겠으나 단언컨대 필자에게 '라떼'는 생각만으로도 목이 메는 '그리움'이라 하겠다.
지금의 '얼죽아 세대'에게 고한다. 그대들의 찬란한 오늘도 언젠가 다음 세대에겐 '라떼'가 될 수 있으니 남의 '라떼'에 비웃지 말기를, '나 때는 말이야~' 라 내뱉는 어른들이 당시의 '추억'을 잠시 상기시키는 것으로 이해해주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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