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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로드' 이욱정 PD "K-푸드 대중성에 고급화까지 두 마리 토끼 잡아야"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 '세계인을 사로잡은 음식과 한식의 가능성' 주제 강연
"세계 입맛 석권 나선 한식 '고급화' 전략 펼쳐야"
편리성 중심 되자 '손맛·장맛' 사라져…한식 애정 가지고 발전시켜야

이욱정 PD 겸 주식회사
이욱정 PD 겸 주식회사 '요리인류' 대표가 19일 매일신문 대회의실에서 '세계인을 사로잡은 음식과 한식의 가능성'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임경희 매일탑리더스 디지털국장 제공 제공

"지금 한식이 잘나가지만 한편으로는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한국인은 '같이 밥 먹는 민족'인데, 풍습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집에서 장을 담그지 않아요. 전통이 흔들리면 그 식문화는 오래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죠.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다큐멘터리 '누들로드' 등으로 알려진 이욱정 PD가 19일 대구 매일신문 1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세계인을 사로잡은 음식과 한식의 가능성'을 주제로 마이크를 잡았다.

연세대학교에서 영문학, 서울대 대학원과 미국 노스웨스턴대 대학원에서 각각 인류학, 방송학을 전공한 이 PD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세계 3대 요리학교로 꼽히는 '르 꼬르동 블루'로 유학을 다녀왔다. 현재 주식회사 '요리인류'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PD는 "얼마 전 독일에 촬영하러 갔다가 이른바 '핫플'(인기 장소)이라는 식당을 가봤는데 김치찌개를 파는 한식당이었다. 식당 안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손님이 대부분 독일 사람이었고, 한국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라는 일화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어 "한식이 세계화됐다는 걸 실감했다. 'K-푸드' 열풍이다"며 최근 한식 열풍을 이끄는 식품으로 라면과 떡볶이, 프라이드치킨, 만두를 들었다.

그는 "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라면이다. 인스턴트 라면 시장에서 일본이 강했는데, 최근 10년 새 한국 라면이 치고 올라갔다. 새로운 한국의 라면이 세계인 입맛을 사로잡았다"면서 "전 세계에 매운맛이 있지만 한국의 매운맛은 다르다. 특히 양념치킨은 한국에만 있다. 외래 것을 받아들여 발전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PD는 이어서 일본 음식과 초밥이 여러 국가로 뻗어나간 사례를 설명하면서 "K-푸드 열풍이 불기 30~40년 전에 J-푸드 열풍이 있었다. 서양에서는 날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런데 날생선을 얹은 초밥에 열광하게 됐다. 처음 접하는 음식을 먹으려면 '장벽'을 넘어야 한다. 그 힘은 '문화'에서 나온다"고 했다.

"세계인을 사로잡은 음식에는 공통점이 있다. 타코와 월남쌈 등을 생각해 보면 '싸서 먹는다'는 특징이 있다. '올인원'(all-in-one)이 가능한 캡슐형 음식"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최근 한국 식문화가 편리성 중심으로 급격히 변하면서 한식을 등한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점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우리 식문화 주인공은 밥이었다. 반찬과 국은 조연이다. 지금 인기 있는 K-푸드와 전통 한식은 같은 점도 있지만, 대부분 외래 음식을 개량했거나 비교적 최근 먹기 시작한 음식들"이라며 "우리가 전통 한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고, 근본적으로 '손맛'과 '장맛'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식이 지금은 잘나가지만 위기가 올 수 있다. 한식에 대한 애정을 갖고 계승,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없다면 K-푸드 열풍은 한때 유행으로 끝날 수 있다. 세계화를 이어가려면 대중성에 더해 고급화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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