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 출신으로 40여 년간 공직생활을 마친 뒤 옻칠회화 작가로서 제2의 인생 출발선에 선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권영애(62) 씨.
권 작가는 지난 16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1층 아트갤러리(ART GALLERY)에서 옻칠회화 작품 18점(숭고한 노래1 등)을 전시한 '하늘 노래, 차다(滿)' 개인전을 열고 있다. 2021년 과천시민회관 아라갤러리, 서울 갤러리 올에 이은 세 번째 개인전.
권 씨는 안동시 임하면 천전리에서 태어나 안동여고를 졸업했다. 이후 경기도 과천에 올라와 방위사업청에서 평생 일했고 2021년 6월 퇴직했다. 직장 생활 중엔 예술의 전당,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열리는 각종 전시회를 관람하며 삶의 여유를 얻었다.
그저 지켜보기만 하던 입장에서 창작의 세계로 뛰어든 것은 2006년의 일이다. 유화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된 그림에 대한 관심은 2010년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석사 졸업으로 이어졌다.
권 작가는 "안동여고에 다니던 시절 제가 그린 그림을 보고 당시 미술 선생님이 화실에 들어오라는 제안을 했었다"면서도 "시골 출신의 어린 소녀가 꿈꾸기엔 너무 큰 부담이었다"고 했다.
소질은 있었으나 결행하지 못했던 길을 지금 걷고 있다. 애초 유화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옻칠회화에 푹 빠져 있다. 그는 "2019년쯤 예술의 전당에서 옻칠회화 작품을 관람하며 옻 특유의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색감에 매료돼 옻칠회화를 배웠다"면서 "나무 판에 옻칠과 건조를 반복한 뒤 천을 부착해 옻과 안료를 섞어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소재는 과일과 새, 사람의 형상 등이다. 2년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다 마주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영광 파사드' 첨탑에 과일 조각물을 올리는 장면을 목격한 뒤 영감이 떠올랐다.
그는 '우리가 천국에 가서 먹을 과일을 조각된 첨탑에 올리는 중이라는 가이드의 말이 귀에 닿았다. 지금 이곳의 움직임이 저편의 가장 빛나는 곳과도 연결되는 시공간의 합일을 느꼈다. 이때부터 과일을 그렸다. 그리고 새도 그렸다'고 작가노트에 썼다.
옻칠을 한 천에 삼베를 꼬아붙여 입체감을 부여하기도 하고, 삼베 올을 풀어 거친 질감을 담아내기도 한다. 자개를 활용해 포인트도 준다.
권 작가는 "삼베가 많이나는 고장 안동에서 어린시절 마주한 어머니는 씨줄과 날줄을 엮으며 항상 베를 짜셨다. 여인의 약함이 아닌 강한 생명력을 느꼈다. 다음 날 어떤 색으로 변할지 모르는 옻칠도 숨을 쉰다. 삼베와 옻칠은 생명력을 표현하기에 조화로운 소재"라고 했다.
김윤섭 미술사 박사도 이번 전시 서문에서 '권영애 그림에서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매력은 자연에 가깝고 편안한 색감이다', '옻칠은 원시적이고 태초의 생명력을 지난 삼베 바탕과 제대로 어울리는 재료이다. 권영애는 이 둘의 조화로운 만남을 이성적으로 주선하는 법을 잘 보여준다'고 썼다.
권영애 작가는 "알레르기로 약을 먹으며 작업을 하지만, 앞으로 옻칠회화 작가로서 더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 업무차 수없이 오갔던 국회에서 개인전을 열겠다는 버킷리스트를 이룬 그는 '열정(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갖고 열중하는 마음)'을 키워드로 품고 제2의 인생을 펼쳐나갈 각오다.
권 작가는 개인전 외에도 다수의 아트페어와 기획전에 참여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나혜석미술대전 입선, 경기미술문인화대전 특선 등 다수 수상도 했다. 한국미술협회, 한국전업미술가협회 등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전시는 이달 29일까지 이어진다. 문의 국회사무처 참관전시담당관실 02-6788-2063.
댓글 많은 뉴스
이낙연 "민주당, 아무리 봐도 비정상…당대표 바꿔도 여러번 바꿨을 것"
'국민 2만명 모금 제작' 박정희 동상…경북도청 천년숲광장서 제막
위증 인정되나 위증교사는 인정 안 된다?…법조계 "2심 판단 받아봐야"
일반의로 돌아오는 사직 전공의들…의료 정상화 신호 vs 기형적 구조 확대
"이재명 외 대통령 후보 할 인물 없어…무죄 확신" 野 박수현 소신 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