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민의힘이 '당정협의회'를 통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출제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은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건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이 지시가 6월 모의평가에서 이행되지 않은 데 따른 책임을 지고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규민 원장이 19일 전격 사임했다.
대학입시에서 공교육이 주변부로 밀려나고 사교육이 득세한 것은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 최상위권 학생들에 대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킬러 문항'이 필요했다. 하지만 공교육 틀 내에서 난도 높은 문제를 출제하자니 문제 만들기가 어렵고, 그래서 공교육 범위 밖에서 문제를 출제하는 '쉬운 방식'을 택했다. 학생들이 공교육 과정을 충실히 수행하고도 풀 수 없는 문제들이 나온 것이다. 그러니 수험생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공교육 과정 내 수능 출제' 방침은 사교육 문제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몸살을 앓고, 사설 학원이 대학 입시를 견인하는 현실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관건은 '킬러 문항'을 없애면서도 변별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절실하다. 문제는 더 있다. 학교 교육과정 및 교육 방식 그 자체다. 예컨대 '학교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수능을 친다'고 하지만, 학교마다, 선생님마다 가르치는 내용과 수준에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공교육 범위 내에서 변별력 있는 수능 문제를 출제하고,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학생들의 교육 기회가 크게 차이 나는 현실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자면 공교육 내용에 대한 점검과 기준 설정이 분명해야 한다. '킬러 문항'을 없애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변별력이 없어 '물수능'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고,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교육부와 학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함께 머리를 싸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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