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글로컬대’가 쏘아 올린 대학 간 희비, 혁신 없으면 교문 닫는다

5년간 1천억 원에 이르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의 예비 명단이 21일 나오자 희비가 엇갈렸다. 전국 15곳·19개 대학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역내에서는 안동대-경북도립대, 포항공대, 한동대 등 3곳 4개교가 들어간 반면, 지역거점국립대인 경북대와 영남대·계명대·대구대 등은 제외됐다. 전국 지역거점국립대 중 이번 명단에서 빠진 학교는 경북대·충남대·제주대 3곳뿐으로 경북대의 탈락은 큰 충격을 불렀다.

정부의 글로컬대학 선정은 양적 성장에 함몰돼 있던 대학에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신호탄이다. 범용 기술로는 산업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지식 기반 사회가 열린 데다 세계화의 진전으로 전 세계 대학이 함께 경쟁하는 시대가 도래, 대학 경쟁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결국 정부는 대학 정책에 시장원리를 도입, 선택과 집중을 통해 될 성싶은 대학은 살리고, 모자라는 대학은 도태시켜 나가겠다는 차원에서 글로컬대학 사업을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포항공대를 보면 학과 간 경계를 완전히 없애는 100% 무(無)학과 체제에다 지역과 산업, 대학 간 울타리도 허물어 버리는 '연합 아카데미' 운영, 국가 간 경계를 무너뜨리는 인재 확보 체제 등을 내세웠다. 한동대 역시 전 학부를 대통합, 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넓히고 유연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도입했다. 교수 사회의 기득권에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던 공급자 위주 대학 교육에서 탈피, 교육 수요자 중심의 대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대학이 변화를 일궈 내지 못한 채 뒤처지면 이제 교문을 닫아야 한다. 지역 간판 대학인 경북대를 비롯해 역내 대학들이 비상한 각오를 가져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중앙정부는 경쟁을 앞세운 시장원리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지방의 어려움을 감안해 지방대학에 대해서는 특별 인센티브 등 사회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제대로 된 대학도 키우고 국가의 고른 발전도 실현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대학 개혁도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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