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구청 주관 심폐소생술 교육장에 웬 약장수가…"20만원 넘는 건강보조식품 강매"

중앙EFR교육센터 소속 강사, 수업 말미에 건강보조식품 안내
강사 "구매 강요나 판매 행위는 없었다…제품 환불도 바로 진행해"

교육에 참여했던 포획단 단원들의 집으로 배달된 건강보조식품. 혈관 건강과 항산화에 도움을 주는 제품으로 나와 있다. 독자 제공
교육에 참여했던 포획단 단원들의 집으로 배달된 건강보조식품. 혈관 건강과 항산화에 도움을 주는 제품으로 나와 있다. 독자 제공

대구 한 구청이 주관하는 안전교육 시간에 민간업체 소속 강사가 혈압과 혈관에 좋다며 건강보조식품을 판촉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교육에 참여했던 이들은 강사에게 속아 20만원이 넘는 제품을 구매할 뻔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교육은 지난 4월 28일 오전 10시 대구의 한 구청 대회의실에서 유해조수 포획단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당시 새로운 포획단이 구성되면서 허가증을 나눠주고 간단한 안전교육을 하는 자리였다.

기존에는 총기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정도의 교육을 진행했지만, 이날은 '중앙EFR교육센터'라는 응급처치 교육기관에서 외부 강사가 직접 심폐소생술을 비롯해 다양한 안전교육을 진행했다. 중앙EFR교육센터는 응급처치 교육을 전담하는 미국의 응급처치 전문협회 산하 교육기관이다.

교육은 1시간가량 진행됐고, 포획단 10여명이 참석했다. 문제는 교육이 끝나갈 때쯤 발생했다. 교육을 진행하던 강사가 갑작스레 스크린을 통해 건강기능식품을 홍보한 것이다.

당시 교육에 참여했던 A씨는 "강사가 자신이 무료로 교육을 진행하기에 수익을 위해 제품을 홍보해야 한다면서 심혈관에 좋은 약을 소개했는데 가격이 20만원에 달했다"며 "연락처와 주소를 적으면 구매 여부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며칠 뒤 그때 주소를 적은 서너 명의 단원 집으로 신청하지도 않은 약이 도착했고 돈을 보내라는 연락이 와 다시 돌려보냈다"며 "구청에서 진행한 교육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니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들이 받은 제품은 국내 한 기능성 식품 유통 회사가 판매하는 건강보조식품으로 혈관 건강과 항산화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라고 나와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40여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해당 구청은 사전에 건강보조식품을 홍보한다는 내용을 전해 들은 것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교육은 중앙EFR교육센터의 제안으로 이뤄졌고 계획서에는 심폐소생술과 하임리히요법 등에 관한 내용뿐이었다는 설명이다. 구청 관계자는 "판촉 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장에서 이를 제지하지 못한 것은 실수가 맞다"고 털어놨다.

반면 교육을 진행했던 강사는 현장에서 구매 강요나 판매 행위는 일절 없었다고 반박했다. 대원들에게 전달된 약도 곧바로 환불 처리됐다고 덧붙였다. 해당 강사는 "무료 교육이다 보니 1시간 수업에서 5분 정도는 후원사에 대한 안내를 진행했다"며 "교육 시작 전에 다 고지를 했고 홍보가 끝난 후에도 별다른 이의제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강사가 소속된 중앙EFR교육센터는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있는 강사 개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중앙EFR교육센터 관계자는 "무료 강의의 경우 일부 강사들이 제휴를 맺은 후원사의 제품을 홍보하고 인센티브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업 행위는 제약을 두고 있는데, 사전에 공지가 없었다면 교육에 참여했던 분들이 의아해하셨을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구청은 중앙EFR교육센터를 상대로 행정적인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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