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공교육 교과과정 밖에서 복잡하게 출제되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학생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주범으로 본 것이다. 당정이 한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야당은 물수능, 물정부 운운하며 또 "남 탓이냐"며 집중 공세를 퍼붓고 있다. 수능시험을 5개월여 앞두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 고교들도 출제 범위와 난이도를 두고 혼란한 상황이다. 한 해 수백억 원씩 버는 일타강사도 반격에 나서며 "정부가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킬러 문항은 해마다 수능시험 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학생들은 내신 등급의 변별력과 수능 난이도를 해결하기 위해 출제되는 킬러 문항을 교과과정으로 풀 수 없는 현실에서 사교육 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EBS 인강은 기본으로 들어야 하고 학원에서는 킬러 문항의 변별력을 마스터해야 점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공교육 선생님들보다 사교육 시장 일타강사가 존경받는 세상이라는 조롱 소리가 퍼진 지 오래다. 당정은 킬러 문항은 상위권 변별력을 높이는 쉬운 방안이지만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모는 불균형한 지점이 있고 킬러 문항을 배제한 공교육 교과과정 내 출제 범위로도 변별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어찌 되었든,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이 사교육에 의존하는 한국 사회의 특별한 교육 문화에 제동을 건 것이다. 환영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런데, 거대 사교육 시장을 키워 온 것은 역대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교육정책이었다. 정부마다 공교육을 정상화하자며 수능시험을 건드렸고, 대학입시제도도 다양한 방법이 총동원되어 개선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성공한 정부는 없었다. 학생들은 정책 혼선으로 공교육이 불안하다며 그때마다 사교육시장으로 몰려들었다.
학력 중심 사회에서 유학은 못 가도 최소 수도권의 이른바 SKY 대학은 졸업해야 성공할 수 있는 한국 사회 분위기와 특정 대학 중심의 서열화된 인맥 카르텔도 문제다. 집값이 뛰고 땅값도 흔들거리게 하는 요인이다. 학부모들은 유명 학원과 명품 학군까지 연결되어 유명 대학까지 진학하려면 그 지역에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최면에 걸려 있다. 일타강사의 수업을 듣지 못하면 불안하다. 자식 손 잡고 성지순례를 하듯 한다. 한국은 교육열만큼은 세계 강국이다. 그러나 안정적으로 사교육비 뒷바라지에다 명품 학군에 살면서 과목별로 일타강사들 수업을 듣는 '아빠·엄마 찬스'를 쓰는 학생들이 몇 명이나 될까?
대한민국이 교육열 강국인 만큼 경제력에 따른 사교육 비용 지불 격차는 심각하다. 출제를 공교육 교과과정 범위로 한다고 해서 사교육 시장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5년 1천억 원의 '글로컬'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하해 대학의 구조조정과 정원 조정, 통폐합을 유도하고 있지만 로또 당첨은 수도권 중심이다. 앞으로 전국 대학마다 빈부격차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여기에 사교육 시장으로 거품화되어 있는 부동산 시장, 명품 학군 선호주의가 사라져야 대학입시도 공정한 제도로 안착할 수 있다.
출제 범위를 통해 변별력을 높이기보다는 소질과 재능, 기초 소양과 지식으로 평가되어도 일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한국 사회의 교육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학력 위주의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될 때 사교육 시장도 줄어들 것이다. 대통령과 이주호 장관의 공교육 정상화 수술이 사교육의 종양(腫瘍)을 도려낸다고 해서 완쾌되기는 힘들 것이다. 악성종양의 줄기를 치유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길 바란다. 사교육 시장의 강력한 드라이브로 대통령의 수능은 몇 점을 받을지 궁금하다. 5개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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