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회마을 충효당 '서애 불천위 제사 봉행'

22일, 세계유산 하회마을 대표적 종가문화 '서애 불천위' 제사
많은 불천위 종가들 초저녁 제사 불구 서애종가는 '자시' 고집
임금이 제수로 올리라 언급한 '중개', 종손이 빚은 술 '옥연주'
류창해 종손, "관광객들 불천위 제사 전통적 모습 볼 수 있게"

하회마을 풍산 류씨 충효당 종가는 지난 22일 자정 문중 후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애 류성룡 불천위 제사를 모셨다. 엄재진 기자
하회마을 풍산 류씨 충효당 종가는 지난 22일 자정 문중 후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애 류성룡 불천위 제사를 모셨다. 엄재진 기자

세계유산 하회마을 풍산 류씨 종갓집인 충효당에서는 22일 자정(子正)이 지나면서 서애(西厓) 류성룡(1542~1607) 불천위(不遷位) 신위를 모시고 성대히 제사를 모셨다.

500년 동안 하회마을을 지켰던 풍산 류씨는 16세기 이후 3대 6불천위(류중영·중엄·경심·운룡·성룡·진)를 배출하면서 영남 남인을 대표하는 가문이 됐다.

특히, 류성룡 선생은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으로 활동하며 국난을 극복하는데 공헌했으며 퇴계의 학통을 이어받아 서애학맥을 남기는 족적을 남겼다.

'선조 제문'(보물 제460-3호)은 1607년 류성룡의 서거 소식을 들은 선조가 당시 예조좌랑을 보내 치제한 것으로 서애의 일평생을 평가하고, 나라의 중신을 잃은 안타까움을 토로한 내용이 담겨있다

하회마을 풍산 류씨 충효당 종가는 지난 22일 자정 문중 후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애 류성룡 불천위 제사를 모셨다. 엄재진 기자
하회마을 풍산 류씨 충효당 종가는 지난 22일 자정 문중 후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애 류성룡 불천위 제사를 모셨다. 엄재진 기자

임금은 선생의 큰 공훈과 높은 학문을 인정해 신주를 땅에 묻지 않고 사당에 영구히 두면서 제사를 지내도록 허락했다. 국(國) 불천위를 모신다는 것은 가문의 영광이다. 그분의 음덕과 절도를 따르고 기르며 오랫동안 문중을 올바르게 지켜오는 원천이었다.

해마다 음력 5월 6일과 부인의 기일인 7월 24일 후손들이 모여서 새벽에 제사를 지내고 있다.

숱한 불천위 종가들이 초저녁 제사로 바꾸고 있지만, 충효당 종가는 서애 불천위 제사를 자시(子時·밤 11시30분~12시30분)에 지내고 있다. 하회마을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고, 불천위 제사가 대표적 종가문화로 자리잡으면서 한밤중 제사를 고집스레 이어오고 있다.

이날 제사에는 15대 류창해 종손을 비롯해 전국에서 50여 명의 후손들이 참석했다. 제사상에는 서애 선생이 즐겨 드시던 특별한 음식인 '중개'(中介)라는 약과가 올려졌다.

선조 임금은 류성룡 별세 후 제사 때 충신이 즐겨 먹던 '중개'를 제수로 올리라고 특별히 언급을 했다고 한다. 술은 류창해 종손이 직접 빚은 '옥연주'를 사용했다.

하회마을 풍산 류씨 충효당 종가는 지난 22일 자정 문중 후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애 류성룡 불천위 제사를 모셨다. 엄재진 기자
하회마을 풍산 류씨 충효당 종가는 지난 22일 자정 문중 후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애 류성룡 불천위 제사를 모셨다. 엄재진 기자

제사상에서 또 눈에 띄는 제수는 켜켜히 쌓아올린 다채로운 빛깔의 떡이다. 본편은 방앗간에서 쪄서 만들지만, 웃기 떡들은 종부가 일일이 손으로 빚고 굽고 찌고 기름발라 쌓는다.

12시, 도포를 차려입은 류창해 종손과 문중 사람들이 제사 준비에 들어가고, 종손을 비롯해 5~6명이 사랑채 뒤편에 있는 불천위 사당에 분향한 뒤 '출주'(出主)를 고하고 신주를 모셔와 제사상에 봉안했다.

이어 제관 모두가 신주에 인사 드리는 '참신'(參神)을 시작으로 제사가 진행되고, 마지막으로 서애 불천위 신주는 다시 사당에 안치되면서 제사가 마무리됐다.

서애 불천위 제사가 다 끝난 후 참석한 제관과 참례자들에게는 미리 비벼진 비빔밥이 음복으로 나눠졌다. 제사상에 올렸던 '메'(밥)를 넣은 비빔밥을 만들어 모든 이들이 제삿밥을 한톨이라도 나눠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 특별한 음복 문화를 전승해오고 있다.

서애 15대 류창해 종손은 "많은 종가들이 초저녁 제사를 지내고 있지만, 서애 할배 제사만은 전통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다. 세계유산 하회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불천위 제사를 전통방식대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했다.

하회마을 풍산 류씨 충효당 종가는 지난 22일 자정 문중 후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애 류성룡 불천위 제사를 모셨다. 엄재진 기자
하회마을 풍산 류씨 충효당 종가는 지난 22일 자정 문중 후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애 류성룡 불천위 제사를 모셨다. 엄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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