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북 의성군 춘산면 빙계계곡 입구에 있는 빙계서원. 강당인 명교당으로 오르는 중앙 돌계단은 몇몇 돌이 떨어져 나가기 직전 상태다. 그쪽으로 발을 디디기라도 하면 안전사고 발생까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 설상가상으로 명교당 마루는 온통 새똥과 박쥐똥으로 뒤덮여 있고 바닥과 기둥은 일부 갈라진 곳도 눈에 띄었다. 기와도 일부 보수가 필요한 상태였고, 서원 밖 아카시아나무는 담을 넘어 가지를 뻗고 있어 지붕 훼손 등의 위험도 있어 보였다.
의성군 전역이 지난 21일 국가지질공원(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한 지역)으로 인증받았지만 의성 지질명소 12곳 중 1곳인 빙계계곡(군립공원) 내 문화유산(빙계서원)은 관리의 손길이 닿지 않고 있어 국가지질공원으로서의 명예를 떨어뜨리고 있다.
"지속가능한 체험관광 등 적극적으로 국가지질공원을 운영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의성군의 포부가 무색해지는 현장이었다.
빙계서원은 1556년 의성읍 구리못 근처에 건립된 장천서원을 임진왜란 후 빙계계곡의 빙산사 터로 이전해 건립한 사원이다. 흥선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 의해 오랜 기간 폐허로 남아있다 2006년 유교문화권 관광개발사업의 하나로 복원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사당에는 김안국, 이언적, 김성일, 유성룡, 장현광, 이광준 등 6현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빙계서원의 소유와 관리 책임은 의성군에 있다. 다만 향사 등 운영은 군과 암묵적으로 영천이씨 문중이 주축이 돼 맡고 있다.
현재 빙계서원에는 화장실도 없고 전기와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다. 이 때문에 청소를 하는 것도 쉽지 않고 서원 내 풀밭에 용변을 보는 관광객도 일부 있다는 게 영천이씨 문중의 하소연이다.
관광객 김모(대구시) 씨는 "빙계계곡이 유명하다고 해 빙혈도 보고 빙계서원까지 방문하게 됐는데 이건 한마디로 군에서 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상태라는 게 적합한 표현일 것"이라며 "지자체마다 관광을 외쳐대는데 가지고 있는 문화자원이라도 제대로 관리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의성군 관계자는 "그간 빙계서원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던 건 사실"이라며 "내년에는 예산을 편성해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을 보수 및 수리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관리동에 전기도 넣고 화장실도 수리해 일반에 개방할 것이며 수도도 들어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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