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한국땅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의 교통 오지였던 울릉도가 오명을 벗기 시작한 건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전에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뱃길이 일 년에 절반은 거센 동해의 풍파에 막혀 끊기기 일쑤였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발달하기 전에는 육지의 정보도 연락선이 오가지 않으면 제대로 받을 길이 없었다.
이런 탓에 교통의 변화가 울릉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났다.
교통이 발달하면서 울릉도 다방면에서 성장을 거듭했고, 교통 혁명이라고 부를 만큼 뱃길이 확대된 최근에는 매우 빠른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조만간 하늘길까지 열리면 울릉은 국제도시로까지 성장할 동력을 얻는다.
성장에 발목을 잡았던 교통이 눈부신 변화를 맞은 현재 울릉이 얼마나 발전할지 기대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 달→하루→2시간대' 거리 단축…울릉 관광시대 개막

울릉에 본격적으로 주민이 거주하기 시작한 건 1882년이다. 당시 고종의 개척령 반포에 16가구 54명이 울릉에 이주했고,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1만명 가까이 인구가 늘었다.
일본인들은 자체 범선과 기선으로 육지와 왕래했지만, 한국인들의 사정은 그렇지 못했다.
한때 국가 차원에서 작은 범선이 운항되기도 했지만 풍랑에 파손되는 등 안정된 왕래 수단이 되기는 어려웠다.
울릉주민들은 생계를 이어가려면 육지에서 물자를 계속 날라야 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어선 등 목선에 돛을 달고 노를 저어 울릉에서 육지까지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목숨 걸고 이동했다.
이랬던 울릉의 교통이 광복 이후 변화의 바람을 탔다.

1948년 총톤(t) 수 150t급 목선 '금파호'가 울릉-포항-부산 항로에 취항해 뱃길을 열었고, 1960년대 들어 동양해운이 당시 돈 3천44만원을 들여 380t급에 길이 46m 규모의 강철선 '청룡호'를 지어 울릉~포항 항로에 띄웠다. 16시간 걸리던 금파호보다 청룡호는 6시간을 줄인 10시간에 울릉~포항을 주파했다.
시속 27㎞의 청룡호가 여객정원 430명을 태우고 포항과 울릉을 정기적으로 운항하자 울릉에 관광산업이 꿈틀댔다.
앞서 울릉은 농업과 어업 등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생계를 이어왔지만, 여객선 정기운항으로 관광객들이 몰려오면서 주수익원의 비중이 관광 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 들어선 울릉의 유일한 관문인 도동 항만시설이 관광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서 항만 확장공사까지 진행됐다.
1977년 울릉에 입도한 관광객은 1만9천명으로, 이후 해마다 1만명씩의 관광객이 증가했고, 울릉~포항 항로 여객선도 한일1호, 청룡호, 동해호 등 3척으로 늘었다.

성장을 거듭하던 울릉에 1990년대 또 한 번의 큰 변화가 찾아온다. 울릉~포항을 3시간에 돌파하는 초쾌속 카페리선 '썬플라워호'(대아고속해운)의 등장은 울릉주민들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줬다.
2천t급의 썬플라워호가 하루 1천여 명의 관광객을 울릉도에 데려오면서 관광객 20만명 시대를 열자 울릉주민 대다수가 본업에 더해 관광산업과 연계한 일을 할 정도로 삶이 달라졌다.
2001년 9월에는 445t급 한겨레호가 울릉~묵호 항로(직선거리 161㎞·포항~울릉 217㎞)를 2시간 20분 만에 주파하면서 육지와 울릉을 최단시간으로 줄이기도 했다.
올해 6월 말에는 2020년 선령 만료로 퇴역한 썬플라워호를 대신할 울릉군 공모선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가 운항에 들어갔다. 이 여객선은 현존 전 세계 운행 선박 중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며, 기존 울릉~포항 운항 시간도 2시간 50분으로 줄였다.
하지만 이런 쾌속선만으로의 발전은 한계가 있었다. 동해의 높은 파도 등 악천후가 쾌속선들의 발을 1년에 절반가까지 묶어놨기 때문이다.
◆교통 혁명…악천후 뚫고 육지 잇는 대형 여객선 등장
2021년 9월 2만t급 울릉~포항 카페리선 '뉴씨다오펄호'의 등장은 이전 여객선의 한계를 넘을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줬다. 운항 준비 당시 선사인 울릉크루즈 측은 태풍 경보 등 직접 영향권에 들지 않는 이상 운항이 가능한 선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승선 정원 1천200명에 웬만한 악천후를 뚫고 운항할 수 있는 데다, 화물 7천500t을 실을 수 있기에 이 선박의 등장은 울릉 입장에서 가히 '교통 혁명'이라고 부를 만했다.
게다가 이듬해 9월 1만5천t급의 카페리선 '울릉썬플라워크루즈호'가 울릉~울진 운항을 시작하면서 전천후 대형 여객선 2대가 울릉과 육지를 잇고 있다.
전천후 여객선이 운항하면서 울릉은 더는 교통 오지로 불리지 않게 됐다. 지난해 기준 뉴씨다오펄호의 경우 약 320일을 운항했는데, 정기점검 탓에 운항을 못한 것을 제외하면 실제 태풍 등 기상악화로 휴항한 일수는 10일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효과로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울릉을 찾은 관광객은 46만명에 달했다. 올해는 지난 4월 기준 26만명이 울릉을 찾았고, 연말까지 5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형 여객선의 등장은 관광 문화도 바꾸고 있다. 차량을 배에 싣고 가 울릉 관광을 할 수 있다는 이점에 단체 관광 중심이던 관광문화도 변곡점을 맞았다. 울릉을 찾는 나이대도 노년층에서 점차 내려가고 있고, 20~30대 중심의 해양레저 관광지도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2025년 울릉공항 개항하면 '일일생활권→반나절생활권'

울릉 교통이 목선에서 초쾌속선에 이어 전천후 대형 여객선으로 발전하는데 꼬박 14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이 사이 교통의 변화가 불러온 울릉의 발전은 주민들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2025년 울릉공항이 개항하면 이전의 교통 발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변화가 예상된다.
국토교통부의 전망대로라면 2050년에는 울릉 관광객이 111만명을 기록하게 되고, 6천900여 명의 취업 유발효과가 나타난다.

울릉에서 서울까지 1시간 거리로 줄게 되면서 울릉주민이 체감하는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교육과 의료는 물론, 문화생활까지 누릴 수 있게 돼 주민들의 삶의 질 또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울릉공항에서 국제 운항이 가능한 여객기가 뜨게 된다면 울릉이 국제도시로서도 발돋움할 수 있다.
공항을 활용한 울릉의 발전 가능성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해지는 셈이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공항이 개항되면 울릉과 육지는 반나절권으로 왕래할 수 있게 돼 상전벽해의 변화가 기대된다. 드디어 고립된 '섬'이 아닌 육지의 문화와 발맞춰 성장할 수 있는 '본토화'가 되는 것"이라며 "이런 거대한 변화를 흡수할 수 있는 울릉이 되도록 모두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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