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표 2차전지 양극재 제조업체 엘앤에프가 일본 화학회사인 미쓰비시케미컬 그룹과 손잡고 전기차용 음극재 시장에 진출한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는데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비중국산 음극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23일 엘앤에프는 "미쓰비시케미컬 그룹과 전기차용 음극재 공급망 강화를 위한 차세대 음극재 사업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밝혔다. 미쓰비시케미컬은 리튬전지용 소재인 전해액과 음극재 주요 제조업체로 꼽힌다. 양사는 국내에 생산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나 구체적인 투자 규모, 협력 방식 등은 미정이다. 음극재 공급망 강화를 위한 투자 규모, 협력 방식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 구체적 사업 계획이 확정되면 발표할 예정이다.
음극재는 양극재, 분리막, 전해액과 함께 배터리를 구성하는 4대 핵심 소재다. 배터리의 충전 속도와 수명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주원료는 천연흑연·인조흑연 등이다. 특히 미쓰비시케미컬이 독자 개발한 음극재 기술은 천연 흑연을 활용하면서도 팽창을 억제해 충·방전 수명을 극복하는 장점이 있다.
엘앤에프는 이번 협약으로 배터리 소재 사업을 다각화해 글로벌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미쓰비시케미컬의 차세대 음극재 기술을 활용해 북미 시장의 음극재 공급망을 강화하고 국산화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ICCSINO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전 세계 음극재 생산량(147만톤)의 96%를 차지했다. 주원료인 흑연의 채굴 및 가공이 주로 중국에서 이뤄져서다. 그래서 음극재는 세계 10위권을 대부분 중국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양극재는 엘앤에프를 비롯해 에코프로 등 국내 기업이 생산 능력을 확대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으나, 음극재는 기술 개발과 국산화율이 저조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엘앤에프가 음극재 시장에 뛰어든 것은 비중국산 음극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는 "미국 IRA 시행으로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셀 업체들이 IRA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재를 조달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며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해 엘앤에프가 가진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했다.
같은 이유로 국내 유일 흑연계 음극재를 생산 업체인 포스코퓨처엠이 최근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자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현재 포스코퓨처엠은 세종 2곳(7만4천t, 천연흑연), 포항 1곳(8천t, 인조흑연) 등 모두 3곳에서 연 8만2천t의 음극재를 생산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를 2030년 32만t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1만t 규모의 인조흑연 2단계 공장을 증설하고, 포항에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공장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또 롯데케미칼은 미국 스타트업 소일렉트와 손잡고, 2025년까지 미국에 GWh급 리튬메탈 음극재 생산시설 구축을 검토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호주 배터리 소재·장비 기업인 노보닉스와 인조흑연을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다. SK온도 5월 웨스트워터 리소스와 배터리 음극재 공동개발 협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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