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진산'이자 경북의 '웅산'인 팔공산이 23번째 국립공원이 됐다. 1980년 5월 도립공원 지정 이후 43년 만이다.
대구시(동구)와 경북도(경산시·영천시·군위군·칠곡군)로 이원화된 팔공산 관리권은 환경부 국립공원공단으로 일원화된다.
이들 5개 시·군·구에 걸쳐 있는 해발 1천192.9m의 팔공산은 국립공원 승격으로 공원구역 면적이 125.232㎢에서 126.058㎢로 0.826㎢(0.7%) 늘어난다. 경제적 가치는 2천754억원에서 5천233억원으로 1.9배 상승하고 연간 탐방객도 358명에서 458만명으로 28%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국립공원 팔공산은 이미지 제고와 브랜드가치 상승 등 앞으로 다가올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대구경북의 명산으로 거듭나게 됐다.
이에 발맞춰 경산시와 영천시 등은 환경부 및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협력을 통해 자연 생태계는 최대한 보전하면서 탐방객들에는 휴양과 치유를 위한 다양한 문화관광자원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가치' 커진 팔공산, 지역경제 활성화 새 전기
한반도 남부의 명산 가운데 팔공산만큼 다양한 역사와 문화, 지리적 특징을 가진 산도 없다.
신라 고승인 원효의 수도처이자 김유신 장군의 훈련장으로, 백제 견훤과 전투에서 패한 고려 왕건의 도망지로, 국내 최고의 기도처로서 팔공산은 예부터 지금까지 명산 반열을 이어오고 있다.
조선시대 세종실록지리지에는 팔공산을 두고 '해안현 북쪽 11리 거리에 있다. 신라 때는 부악이라 부르며 중악에 비겨 중사(中祀)를 지냈는데 지금은 수령으로 하여금 제사를 지내게 한다'는 기록이 있다.
여지도서 대구 산천조에는 '신라 때 부악 또는 중악이라 했으며 중사를 지냈다. 팔공산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부(府)와 하양(河陽), 신녕(新寧), 의흥(義興), 인동(仁同), 칠곡(漆谷) 등 읍이다. 고려 태조의 고적이 있으며 신녕 화산으로부터 이어왔다'는 내용도 전해진다.
현재는 동쪽 갓바위(경산)에서 서쪽 가산(칠곡)까지 30㎞에 이르는 주능선의 산줄기를 따라 남북으로는 대구 동구와 경북 영천 및 군위를 품으며 뛰어난 조망과 장쾌함을 자랑하며 지역민은 물론 산악인들에게 많은 사랑받고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2개 국립공원 중 팔공산은 붉은박쥐, 수달, 매, 삵 등 멸종위기 15종을 포함해 야생생물 5천296종이 서식하며 8위 수준의 자연생태계를 보전하고 있다.
자연경관도 병풍바위, 염불봉 핵석, 가산바위, 치산폭포 등 39개 산봉을 중심으로 기암 10개소, 계곡 19개소 등 77개 자원 분포로 7위 수준이다.
문화자원은 ▷영천 거조사 영산전(국보 14호) ▷군위 아미타여래삼존석굴(국보 109호) ▷대구 동화사 마애여래좌상(보물 243호) ▷경산 관봉팔공산 석조여래좌상(보물 431호) 등 국가지정 문화재 30점을 포함해 92점으로 2위 수준이다.
또 조계종 9교구와 10교구 본사인 동화사, 은해사가 위치해 우리나라 불교 역사와 문화의 중추 거점이 되고 있을 만큼 역사적 가치가 뛰어나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마련 중인 훼손지역 복원, 문화유산지구 정비사업 등 국립공원 관리·운영 마스터플랜이 조만간 발표되면 팔공산의 자연·역사·문화적 가치 상승에는 상당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팔공산 국립공원은 도립공원 당시 조성된 노후시설 전면 개선과 다양한 탐방·체험 인프라 조성을 통한 높은 수준의 생태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며 "주민일자리 창출, 지역사회와의 다양한 협력사업 등을 통해 지역발전까지 견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탐방객 '500만명' 시대를 향해, 경북방면 재정비 필요
국립공원 승격으로 팔공산은 인지도는 물론 탐방객 수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도립공원 때 358만명에서 국립공원 이후에는 458만명으로 100만명 정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여기에다 탐방객과 산악인들이 요구하는 미래상을 충족해 나가고 대구·경북 시·도민들이 바라는 기대에 부응한다면 방문객 500만명 돌파는 머지않은 시일에 이뤄질 것이란 밝은 전망도 있다.
이는 지역 한 기관에서 올해 5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시 방문 의향은 '있음' 91.4%로 '없음' 7.5% 대비 압도적 우위로 나타났다.
공원관리 영향에 대해선 ▷현재보다 좋아질 것 79.2%로 ▷현재와 차이가 없을 것 15.0% ▷현재보다 나빠질 것 1.8%에 비해 큰 격차를 보였다.
개선 필요 시설로는 ▷교통·운수 38.8% ▷휴양·편의 19.2% ▷안전시설 12.7% ▷문화시설 10.9% ▷공공시설 10.1%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국립공원 승격이 장밋빛 청사진을 마냥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팔공산 보전 및 개발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기대에 원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도 실망스러운 결과를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북도 팔공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경북방면 팔공산 탐방객은 115만9천648명이다.
방문 장소로는 갓바위가 74만8천601명으로 가장 많았고 ▷가산산성 15만6천888명 ▷은해사 10만2천49명 ▷한티휴게소 2만8천909명 ▷치산계곡 2만5천894명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2016년 기준 ▷갓바위 187만5천976명 ▷가산산성 59만2천980명 ▷한티휴게소 37만2천521명 ▷치산계곡 30만9천282명 ▷은해사 26만4천16명 등과 비교하면 50% 이상이 감소한 수치다.
대구 방면 탐방객 수에 비하면 3분의1 수준에도 못 미칠 정도로 각종 인프라가 미흡하다는 점도 반증하는 대목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팔공산 탐방을 위한 관광·교통 인프라가 잘 구축된 대구 동구 및 칠곡·군위군과 함께 은해사와 치산관광지, 갓바위를 중심으로 한 영천·경산시 방면의 팔공산 등산로 관문 및 관광자원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영천시 향토사연구회 김영모 부회장은 "대구 방면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던 경북 방면에 대한 체계적 관리·개발의 필요성이 커지게 됐다"며 "관련 지자체와 정부가 경제적 손익 여부에만 치우치지 말고 상생 발전을 위해 지속가능한 협력사업을 적극 발굴·시행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브랜드 가치 높여라' 경산·영천시 등 지자체 개발 호기
경산시와 영천시는 그간 국립공원 팔공산이 가져올 변화를 주의 깊게 예측하며 주민의견 등을 수렴해 체계적 환경 보전과 지속가능한 탐방 서비스 제공을 위한 다양한 개발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경산시는 기도처로 유명한 팔공산 갓바위지구를 찾는 잠재적 수요에 능동 대처하기 위해 전기차나 관광모노레일 조성 등 가족단위 탐방객들이 즐길 수 있는 관광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생태탐방원 유치, 갓바위 캠핑장 주변에 분수대 및 쉼터 조성, 갓바위 역사문화관 건립 등 역사문화 생태자원을 활용한 체험형 시설도 확충할 방침이다.
경산지식산업지구 내 대규모 프리미엄 아웃렛 유치를 통해 탐방객과 연계한 관광객 유치에도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천시는 은해사와 치산관광지구를 중심으로 자연의집, 솔막 등 다양한 형태의 체류형 숙박시설과 야영장, 주차장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공원면적 중 지역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23%(29.171㎢)로 상당함에도 접근 인프라가 부족해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팔공산 탐방로 개설 및 확충도 준비 중이다.
은해사와 선본사간 기존 등산로를 연결한 자연친화적 등산로를 개발하고 팔공산 둘레길 13코스를 기점으로 영천 치산리에서 군위 시루봉 및 하늘정원 등을 잇는 새로운 탐방로 개설 등으로 지역관광 활성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칠곡군은 가산산성 야영장 편입 등을, 군위군은 테마자연휴양림 및 등산관광체험센터 조성 등을, 대구 동구는 생태관광벨트 조성 등의 사업을 검토·추진하고 있다.
영천시 및 경산시 관계자는 "팔공산 국립공원은 문화재 및 환경자원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 보전·관리는 물론 국비예산 투입으로 수준 높은 편의시설과 인프라 구축이 가능해 지역경제 전반에 새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다양한 건의사업들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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