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미래 핵심 2차전지]<상> 수출 비중 30% 주력 성장…'모빌리티 혁명' 기술이 원동력

양극재 대표 기업 앨엔에프·에코프로 낮은 수익성에더 인재개발·R&D 몰두
포스코 '하얀 석유' 리튬 해외망도 뚫어

포스코퓨처엠이 영일만산업단지 내 건립 추진 중인 양극재 공장 조감도
포스코퓨처엠이 영일만산업단지 내 건립 추진 중인 양극재 공장 조감도
포항 영일만일반산업단지 에코프로 양극재 제조 공장
포항 영일만일반산업단지 에코프로 양극재 제조 공장
성서 4차산업단지 내 위치한 엘앤에프 생산 공장
성서 4차산업단지 내 위치한 엘앤에프 생산 공장
대구경북 2차전재 소재 수출액 추이
대구경북 2차전재 소재 수출액 추이

대구경북이 미래 산업의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2차전지' 산업이 급부상했고 업계를 주도하는 기업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지역 수출입 현황을 보면 2018년 기준 대구의 주력 수출 품목은 자동차 부품·산업기계·직물 등 기계부품 및 섬유 산업이 주류였다. 그러나 불과 5년이 지난 2022년 에는 2차전지소재(기타정밀화학원료)의 수출액이 가장 많았고, 전체 품목 중 비중은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역시 기존 철강·전자 품목이 수출을 주도했으나 올해 1분기(1~3월) 2차전지소재가 1위로 올라섰다.

특히 대구경북은 2차전지 중 원가 비중이 가장 높은 양극재 생산을 주도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1분기 양극재 전체 수출액 가운데 대구경북(53%)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차전지 중심의 산업구조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섬유 산업의 하락세로 장기간 침체를 겪었던 대구경북 경제가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역 2차전지 산업의 성장 배경과 경쟁력, 전망, 과제를 조명해 본다.

◆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 기회

2차전지와 배터리 산업이 급부상한 것은 전기차와 연관이 깊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전환으로의 속도가 붙으면서 주행거리 등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중요도가 높아진 것이다. 에너지 밀도가 배터리 효율을 결정하고 이는 전기차 성능을 좌우한다. 2차전지 기업이 모빌리티 혁명을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구경북에는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 기술을 주도하는 기업이 포진해 있다. 전기차 양산이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미래를 준비한 선구안,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투자를 이어간 끈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구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도약한 '엘앤에프'는 2005년 자회사 엘앤에프신소재를 설립해 양극활성물질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양극재로 대표되는 기업이지만, 초창기 주력 분야는 디스플레이 부품인 LCD용 백라이트 유닛을 만들었다. 당시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부품 수요도 늘어나 기업 규모도 급성장했다. 2000년 설립 후 3년 만에 코스닥 상장사가 됐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할 순 없었다. 백라이트 유닛의 핵심 원천기술 대부분이 일본 기업에 의존하고 있었던 탓에 불확실성도 컸다. 신산업을 모색하던 중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택했다. 국내에선 생소한 분야였고 진입 문턱도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산업을 위해 인재확보와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2013년 엘앤에프는 사업성이 떨어진 백라이트유닛 생산을 중단했다. 타격은 오래가지 않았다. 니켈 함유량을 끌어 올린 고품질의 양극재를 찾는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 2016년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이후 매년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매출액은 2020년 3천561억원에서 지난해 3조8천873억원으로 뛰었고 올해도 높은 실적이 전망된다.

대기업 반열에 오른 '에코프로' 역시 뚝심으로 지금의 성과를 이뤘다. 2004년 국책 사업으로 진행됐던 양극재 개발 사업을 제일모직과 함께 참여했다. 2007년 제일모직은 사업 철수를 결정했지만, 에코프로는 이후 10년 가까이 수익이 나지 않았던 양극재 사업을 지속했다.

기업의 잠재력을 알아본 지자체의 안목도 빛났다. 포항시는 지난 2018년 에코프로 그룹으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에코프로는 영일만 산업단지에 양극재는 물론 리튬, 전구체 등 공정을 집적한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청주에서 사업을 시작했으나 포항을 기반으로 외연을 확장하며 지역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포스코'는 한국 배터리 산업 밸류체인(가치사슬)의 선두 주자다. 2차전지 산업의 부가가치가 오르면서 핵심 광물을 차지하기 위한 국가 간 각축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찍이 해외 자원개발에 집중한 포스코의 행보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포스코그룹은 아르헨티나 현지 염호 리튬 상용화 공장 설립에 착수했다. 앞서 2010년대 초반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퉈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정권이 바뀌고 자원외교 방향이 틀어지면서 하나둘 손을 뗐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포스코는 '하얀 석유' 리튬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고 미래 산업의 동력이 될 자원을 확보했다. 이외에도 인도네시아, 호주 등으로 영역을 넓혀 니켈, 흑연을 포함한 2차전지 원료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 제2의 반도체 '초격차' 기술력이 원동력

2차전지 산업은 이미 국가 주요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정부는 2차전지 산업에서 한국이 기술 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2차전지 국가전략회의'에서 "2차전지는 반도체와 함께 우리의 안보, 전략 자산의 핵심"이라며 "성능과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혁신으로 우리의 경쟁력과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 첨단산업 전선에서 우리 기업이 추월당하지 않고 우위의 격차를 확보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공언했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반도체에 비견될 만큼 2차전지 산업의 위상이 높아졌다. 또 확실한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특히 하이니켈 양극재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자랑한다.

이봉원 엘앤에프 고문(전 대표)은 "사업 초창기와 지금을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10여 년 전 '배터리를 지배하는 자, 세상을 지배한다'는 말을 인용해서 직원들과 공유하곤 했는데 이제 현실이 됐다"면서 "신산업 아이템을 정하고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 기술 도입 후 대규모 생산까지 수많은 결단이 필요했다. 변화를 기회로 삼을 수 있었던 건 끊임없는 투자, 연구개발 덕분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2차전지 업계는 성장을 이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이 한국 배터리를 탑재하는 이유는 앞선 기술력이다. 이를 대체하는 건 어렵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용민 DGIST 교수(에너지공학과)는 "한국의 2차전지 산업은 특정 단계가 아닌 전 분야에 걸쳐 밸류체인이 잘 구축돼 있다. 가장 중요한 성장 요인을 꼽으라면 기술의 축적이다. 연구실을 넘어 현장에서 엔지니어들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은 역량이 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제조업의 성패는 '수율(투입 대비 완성된 제품의 비율)'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이런 부분에서 지역 기업들은 차별화된 단계에 진입한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 대한 여러 이슈가 양산되고 있다. 다만, 성능은 물론 제조원가 등 실제 양산이 가능할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배터리를 기반으로 에너지를 저장하고 사용한다는 큰 틀이 유지된다면 2차전지 산업은 우상향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