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신공항 성공 열쇠(하)] "물류 기반 공항경제권, 국가 핵심 경제축으로"

공항 조성 때부터 물류·산업도시 지은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글로벌 기업들 대거 유치
미 멤피스 물류거점공항은 페덱스와, 이탈리아 말펜사 공항은 DHL과 긴밀한 관계
경북도, 공항신도시와 배후도시에 대해 항공물류 연계산업 육성…5개 권역 25개 사업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은 조성 당시부터 주변 유휴지를 대거 확보, 글로벌 산업과 연계하는 비즈니스 타운을 조성해 지역경제 활성화의 주축 작용을 하고 있다. 스키폴 공항과 그 주변 도시 모습. 스키폴 그룹 제공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은 조성 당시부터 주변 유휴지를 대거 확보, 글로벌 산업과 연계하는 비즈니스 타운을 조성해 지역경제 활성화의 주축 작용을 하고 있다. 스키폴 공항과 그 주변 도시 모습. 스키폴 그룹 제공

대구경북신공항 조감도. 대구시 제공
대구경북신공항 조감도. 대구시 제공

2030년 개항하는 대구경북신공항은 '물류·화물 특화 공항'으로 자리 잡는다. 인천공항의 화물 포화 부담을 분산하고, 사통발달 교통망을 통해 내륙 중심에서 전국으로 더욱 싸고 빠르게 물류를 운송할 수 있을 전망이다.

외국 사례에서 보듯 물류공항은 중·장거리 노선 확보에 유리하고, 항공화물 운송 수요가 늘고 있어 공항 이용률 증대에도 유리하다.

국제 화물 트렌드가 점차 소규모, 고부가가치로 전환하면서 항공화물 비중이 커지는 점을 고려하면 국가 입장에서도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조성 때부터 '물류·산업도시' 계획…스키폴 공항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공항은 원스톱 물류를 기반으로 한 공항복합도시로 글로벌 물류기업을 유치하고, 주변 물류·산업단지에는 항공화물에 특화한 업종 기업을 불러 모아 경제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스키폴 공항은 조성 때부터 주변에 물류·산업 공항도시를 조성하는 공항복합도시 방식을 취해 이곳에서 '물류-세관-보관-유통'을 원스톱 처리하는 체계를 갖추고 글로벌 기업들을 대거 유치했다.

공항도시에는 6개 권역 내 9개 업무지구와 13개 산업지구를 조성하고 500여개 제조·물류기업을 유치했다. 입주 기업 절반은 IT와 전자, 자동차부품, 생명공학 등 첨단 산업 업종으로 구성됐다.

이곳에 입지한 제조기업이 항공화물을 쉽고 빠르게 수출입하거나 물류기업이 공항 화물터미널을 적극 활용하면서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

주변 국가·도시와의 연결성도 뛰어나다. 단일 터미널에 3개 출국장이 있어 환승 여객이 터미널 간 이동하는 시간을 유럽 내 가장 짧은 최소 45분으로 단축했다.

공항철도가 여객 도착 층과 연결돼 있어 철도를 타러 가는데 고작 3분 걸리고, 경유지도 암스테르담, 위트레흐트, 라이덴, 헤이그 등 네덜란드의 주요 거점 도시를 대부분 포함한다. 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은 기본으로 확충했다.

이런 여건 덕에 스키폴 공항은 이용 수요가 끊이질 않는다. 코로나19로 침체됐던 유럽 공항들 중에서도 가장 빠른 회복 속도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스키폴 공항은 조성 당시부터 주변 유휴지를 대거 확보, 글로벌 산업과 연계하는 비즈니스 타운을 조성해 지역경제 활성화의 주축 작용을 하고 있다. 201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홍준헌 기자
스키폴 공항은 조성 당시부터 주변 유휴지를 대거 확보, 글로벌 산업과 연계하는 비즈니스 타운을 조성해 지역경제 활성화의 주축 작용을 하고 있다. 201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홍준헌 기자

◆'멤피스공항-페덱스' 밀월관계, 伊 베르가모·말펜사 공항도 물류비중 ↑

이 밖에도 해외 여러 국가들은 저마다 내륙 물류거점공항을 키워 국가 경제축을 책임지고 있다. 글로벌 산업 속도경쟁, 국제 화물의 '경박단소화', 소비 시장의 해외 직구 증가 등 추세에 따라 전략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미국 멤피스 물류거점공항은 페덱스 본부가 자리 잡으면서 세계 제1 항공화물 운송공항으로 성장했다. 페덱스는 멤피스대학교에 페덱스 기술학회를 설립, 물류기술 연구와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기업들의 역량도 함께 키웠다.

물류센터, 산업단지가 커지자 나이키와 애플, 디즈니 등 제조사는 물론 토이저러스, 윌리엄 소노마 등 수많은 닷컴 기업이 이곳에서 e-비즈니스 분배 센터를 운영한다.

이탈리아 베르가모 공항은 공항 중심의 경제성장축을 기반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1%를 차지한다.

이곳은 2013년만 해도 여객 수송량이 280만명이었으나 수출 화물기와 벨리카고(대형 여객기의 여객 수하물을 싣고 남는 공간에 화물을 싣는 것) 비중이 늘면서 공항이 활성화해 2017년 여객 수송량 1천200만명을 돌파, 이탈리아 3대 수송 공항으로 성장했다.

이탈리아 말펜사 공항은 DHL 익스프레스의 물류 허브와 함께 소비재 및 섬유패션·의약품 등 수송 역할을 하고, 벨기에 리에주 공항은 여객보다 화물에 중점을 둬 복합운송화물단지와 물류단지를 조성, 유럽 최초의 24시간 항공화물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홍콩 첵랍콕 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이 저마다 역내 특송화물 항공운송 전용 단지와 터미널, 콜드체인 물류창고 등을 조성해 국제 영향력을 키운다.

말펜사 공항에 대기 중인 페덱스 화물 수송기 앞에서 로버트 벨로니 SEA 운영과장이 화물 수송 거점으로서의 공항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2018년 이탈리아 밀라노 말펜사 공항에서 홍준헌 기자
말펜사 공항에 대기 중인 페덱스 화물 수송기 앞에서 로버트 벨로니 SEA 운영과장이 화물 수송 거점으로서의 공항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2018년 이탈리아 밀라노 말펜사 공항에서 홍준헌 기자

◆"공항신도시 등 5개 권역, 반도체·바이오·차부품·농식품 항공물류 육성↑"

경북도 또한 최근 국내외 항공 트렌드에 발맞춰 권역별 항공물류 중점사업을 계획, 도내 5대 권역 25개 핵심사업에 대한 발전 전략을 세우고 공항신도시와 배후도시의 항공물류 연계 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지역 주력 산업이자 이미 국내 항공물동량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와 바이오·의약품, 무선통신기기, 자동차부품 산업이 중심이다.

공항권역인 군위·의성에는 물류단지 및 통합물류센터, 바이오의약품 공급센터, 농식품 스마트 콜드체인 물류센터, 면세물품 전용 통합 물류센터를 설치한다. 물류들이 센터에서 공항 화물터미널에 직행토록 해 경제성을 높인다.

가까운 서부권역에서는 구미에 공동물류센터와 상용화주터미널, 농식품 푸드테크 물류센터를, 김천(포도)·고령(딸기) 등에 디지털 농식품 수출전문 물류센터를 설치한다.

남부권역은 미래자동차 부품, 동부권역은 해운·철강과 연계한 포항 공동물류센터를, 북부권역은 신선 물류시스템 기반 바이오의약품 콜드체인 공동물류센터를 각각 설치한다.

대구경북신공항 항공물류산업 육성 권역별 중점사업 선정 계획(가안). 경북도 제공
대구경북신공항 항공물류산업 육성 권역별 중점사업 선정 계획(가안). 경북도 제공

경북도 의뢰로 영남대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경상북도 항공물류산업 육성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30년 뒤 대구경북 신공항 물동량은 지금의 3~4배로 뛸 전망이다.

이처럼 충분한 항공화물 수요를 바탕으로 공항신도시 일대를 국가 핵심 경제축으로 키울 예정이다.

이남억 경북도 통합신공항추진본부장은 "앞으로는 항공화물이 오가는 곳에 여객이 움직인다. 항공 물류기반을 탄탄히 만들어 지역 산업과 국력을 더욱 키우고, 관광객 유입과 지역민 여행 편의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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