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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누구를 위한 킬러 문항인가

임종식 경북도교육감

임종식 경북도교육감. 매일신문DB
임종식 경북도교육감. 매일신문DB

교육부는 지난 21일 디지털 대전환, 인구 절벽 등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응해 미래 사회의 인재로 키우기 위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모든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고 학생 한 명 한 명의 배움과 성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여 가겠다는 의지로 보여 공감하고 환영한다.

교육부의 발표 중에는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려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사교육으로 인한 교육 격차의 핵심 요인은 대학 입시에 있다. 수시모집에서는 논술 전형이, 정시에서는 수능이 사교육 조장의 주범이다.

특히 수능은 수시에서는 최저학력등급의 기준으로, 정시에서는 그 자체의 점수만으로 합격을 결정한다. 이렇게 중요한 수능은 사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고, 상위권 수험생의 변별력을 확보하고자 출제하는 초고난도 킬러 문항은 사교육의 도움을 필수로 한다.

지금 논란이 되는 킬러 문항은 공교육 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내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몰고,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극소수 상위권 수험생들의 변별력 확보라는 명분으로 전체 수험생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 자체가 도덕적으로도, 평가의 본질에서도 벗어난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킬러 문항 사례들은 전공 교사들도 풀기 어려워 누가 피해자인지 명백하게 드러난다.

이번 킬러 문항 배제는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문제로 제한하고 있는 원론적인 수능 출제의 방향을 재삼 강조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수능 5개월을 앞두고 학생들에게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자기들 주장의 정당성을 위해 오히려 중위권 학생들이 위험하다는 궤변까지 동원해 혼란을 부추기고, 일부 상위권 수험생들의 부정적인 인터뷰를 동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혼란에 빠질 사람은 킬러 문항으로 장사하는 일부 강사나 그들의 말을 믿고 킬러 문항에 대비하고 있는 일부 수험생들이다. 대다수 수험생들은 공교육 과정을 벗어난 킬러 문항 배제에 대해 환영하고 있다. 이런 문항이 나오면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학교에서는 전혀 배운 적 없어서 찍기 이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사교육을 조장하는 킬러 문제는 배제돼야 마땅하다. 공교육 과정에서 다룬 내용으로도 초고난도 문제를 만들 수 있다. 학교 교육과정과 성취 기준을 바탕으로 한 수능 출제는 평가의 공정성 확보와 수능 본연의 취지에 부합한 당연한 조치라고 본다.

이번 기회에 수능뿐만 아니라 소수 학생들이 선택하기 때문에 공교육에서 감당할 수 없어 사교육이 필수 코스가 되는 논술까지도 공교육 과정에서 벗어나는 문제를 배제해 온전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기를 바란다.

현재 일반계 고등학교 1학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고,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를 위한 학교 환경 조성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 진로에 따른 선택 과목의 다양화, 디지털 문해력 향상과 프로젝트 학습의 활성화와 서술·논술형 평가 강화를 근간으로 한다. 단순한 지식을 넘어 창의·융합적인 역량을 가진 인재를 키워야 하는 시대에 아직도 킬러 문항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

고교 교육과정을 스스로 선택한 진로에 맞게 충실히 이수한 수험생들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수능보다는 '학생부종합전형' 등 새로운 대입 제도가 준비돼야 한다.

교육부의 이번 킬러 문항 배제를 비롯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해 기대가 크다. 아울러 미래 역량을 키우는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맞는, 공교육 경쟁력 강화로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새로운 2028 대학입시 제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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