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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잘' 뭉쳐야 산다

문화체육부 심헌재 기자

매일신문 문화체육부 심헌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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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야 산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흔히 통용되는 말이다. 이 말을 접할 때면 얇은 나뭇가지 하나는 아귀힘에도 쉽게 부러지지만, 뭉쳐져 있는 나뭇가지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돼, 꺾이지 않고 살아남는 모습이 떠오른다.

사회 곳곳에서 이처럼 '뭉쳐야 사는' 이미지가 떠오르는 사업이 종종 펼쳐진다. 대구에서는 지난해부터 문화·예술 행사를 뭉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판타지아대구페스타'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9월 30일부터 열흘간 대구를 대표하는 7개 가을 축제가 모인 '2022 판타지아대구페스타'가 처음 개최됐다. 여기에는 각각의 축제가 하나로 뭉쳐 규모 확대와 행사 간의 시너지효과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는 지역 축제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대구시의 목표가 담겨 있다.

지난달에는 ▷파워풀대구페스티벌 ▷대구생활문화제 ▷대구TOP밴드경연대회 ▷대구국제음악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대구국악제 ▷파워풀K-트로트페스티벌 등 7개 축제가 뭉쳐진 봄 시즌 '2023 판타지아대구페스타'가 진행됐다.

축제를 뭉치겠다는 1차적인 목표는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쟁점은 정책의 효과성이다. 이들이 얼마나 '잘' 뭉쳤는지 살펴봐야 한다. 안타깝게도 현장에서는 아쉬운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각자의 개성이 있는 축제를 하나의 행사 산하에 뒀고, 제한된 시기로 인해 축제의 일정도 부분적으로 겹쳤다. 결국 각 축제의 개성은 잃고,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도 분산된 것 같다"는 볼멘소리가 들렸다.

실제로 지난달 13, 14일 중구 동성로 일대에서는 파워풀대구페스티벌과 생활문화제가 같이 열려 축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 반면, 동 시간대인 13일 저녁 시간에 달서구 두류공원에서는 대구TOP밴드경연대회가 펼쳐지며 각 축제를 모두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다음 주도 상황은 마찬가지. 대구국악제는 20, 21일에 펼쳐졌고, 파워풀K-트로트페스티벌도 20일, 대구국제음악제의 폐막식 역시 21일에 각각 다른 장소에서 진행됐다.

축제들 중 가장 긴 시간(18일)에 걸쳐 펼쳐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은 같은 달 19일부터 펼쳐져 거의 모든 축제들과 일정이 겹쳤다. 특히 DIMF는 대구를 가장 대표하는 '여름' 축제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판타지아대구페스타의 산하 축제처럼 여겨지면서 DIMF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정체성마저 퇴색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한적인 공연장 공급으로 인한 장소 문제, 문화 축제를 만드는 각 분야의 인력(스태프, 봉사자 등) 부족, 각 문화계 인사들의 교류가 어려운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결국 현재의 판타지아대구페스타가 '상생'이 아닌 '상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정책에는 과도기가 있는 법. 판타지아대구페스타 내의 축제들이 '잘' 뭉쳐 현재 대두되는 문제를 조율하고, 각 축제만의 개성을 드러내 존재감을 뽐낼 수가 있다면?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판타지아대구페스타'만의 브랜드 파워를 가지게 된다면? 훗날, 지금의 시대는 더 훌륭한 문화도시 '대구'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회자될 것이다.

이제 두 번의 판타지아대구페스타가 지났고, 이번 가을이면 출범 1년이 된다. 그간의 과정은 경험으로 축적돼 더 나은 판타지아대구페스타를 위한 밑거름이 돼야 한다. 그저 뭉치기만 해서는 살 수 없다. '잘' 뭉쳐야 다 같이 산다. '잘' 뭉쳐진 가을 시즌 '2023 판타지아대구페스타'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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