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한국전쟁은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라는 내용의 책을 추천한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6·25전쟁을 '국제전'으로 부각하며 전쟁 책임을 모호하게 한 메시지에 참전유공자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박 장관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전 대통령 그리고 반찬 훔친 참전유공자'라는 글을 올려 "6·25전쟁 73주년 행사가 열리던 날, 문재인 전 대통령께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자칫 오해와 갈등을 유발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전날 문 전 대통령은 6·25 전쟁 발발 73주년을 맞아 자신의 페이스북에 '1950 미중전쟁'이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이 책은) 한국전쟁이 국제전이었음을 보여준다. 전쟁의 시원(始原)부터 정전협정에 이르기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인 힘이 우리의 운명을 어떻게 뒤흔들었는지 보여주는 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6.25에 대한 일부 지도층의 왜곡된 인식은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형성하게 하고, 참전유공자에 대한 비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또 전날 6·25전쟁 참전용사인 80대 남성이 생활고로 마트에서 반찬 거리를 훔치다가 붙잡혔다는 소식도 거론하며 참전용사들에 대한 제대로 된 예우 의지를 강조했다.
박 장관은 "최근 부산에서는 반찬거리를 훔친 참전유공자가 있었다"면서 "이는 우리 사회에서 참전유공자가 어떤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는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짚었다.
이어 "그들은 영웅으로서가 아니라, 춥고 배고픈 음지에서 외로운 독거노인으로 하루하루 버텨가고 있다. '영웅을 기억하는 나라'라는 국가보훈부 슬로건에는 영웅을 영웅으로 기억하고, 영웅을 영웅답게 예우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6.25 참전유공자들을 영웅으로 기억하고, 영웅 답게 예우하기 위해서는 사회지도층이 전쟁의 책임을 모호하게 하거나 희석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런 분위기가 참전유공자들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고, 그들을 더욱 어두운 음지로 몰아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6·25전쟁은 남한을 적화통일하려는 김일성의 야욕이 일으킨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며 "전쟁의 본질을 명확히 하고 그 책임을 묻는 게 사회지도층의 본분이며, 참화 속에서 나라를 구해낸 영웅들에 대한 진정한 보답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장관은 "특히 6.25 전쟁일에는 그 고난의 시기를 극복하게 해 준 참전 영웅들께 감사를 표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 돼야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은 '피묻은 전투복 위에서 시작'됐다. 그 피묻은 전투복의 의미를 국민이 온전히 이해하고 감사할 때, 참전유공자에 대한 지원 정책이 힘을 얻고, 이 땅에 더 이상 반찬을 훔치는 참전유공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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