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찰이 살았던 집에서 '수백명 개인정보 서류'가 우르르…무슨 사연?

해당 경찰 "일수업하던 아버지 소유 문제없다"
법조계 "개인정보 서류는 용도 끝나면 반드시 폐기, 왜 보관하나?"

포항의 한 경찰이 이사간 집에서 수백명의 개인 정보가 담긴 인감증명서 등이 나왔다. 박승혁 기자
포항의 한 경찰이 이사간 집에서 수백명의 개인 정보가 담긴 인감증명서 등이 나왔다. 박승혁 기자

경북 포항 한 단독주택 마당에 있던 종이상자 안에서 수백명의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초본 등이 무더기로 나왔다. 이 집은 최근 경찰 초급간부 A씨가 이사가기 전 월세로 산 곳으로, 집주인이 빈집을 확인하려고 들렀다가 이들 서류를 발견했다.

종이상자 안에 담긴 수백장의 서류는 대부업 과정에서 일수업무 처리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27일 기자가 서류를 살펴본 결과, 채무자에게 돈을 받았다는 날짜를 기입한 일수 대장과 돈을 빌리기 위해 쓴 차용증서, 채무자 연락처, 채무자와 보증인의 신분을 알 수 있는 주민등록등·초본, 인감증명서 등이었다.

이 서류를 만든 당사자를 가늠케 하는 A씨와 부친의 신분증, 보험증서 등도 상자에 있었는데, 종이상자는 A씨가 지난달 초 이사를 가면서 챙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차용증서에 기입된 채권자는 부친 명의여서 A씨가 사채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현직 경찰이 아버지와 따로 거주한 집에 불특정 시민의 인감증명서와 주민등록 등·초본 수백장이 보관돼 있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지적된다.

특히 인감증명서는 부동산 거래에 있어 중요한 기능을 하는 데다 대출, 담보 등에 악용돼 쓰일 수 있어 주의가 더욱 요구되는 서류다.

이런 중요 서류를 특정개인이 십 수년간 무단 보관했고, 또 이를 외부에 함부로 방치해 범죄에 악용될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사건을 무게 있게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경찰 내부에서 나온다.

한 경찰관은 "이런 중요 서류가 만약 집주인에게 발견되지 않고 제3자가 주워 악용했다면 개인정보 유출 등 심각한 문제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며 "경찰의 집에서 이 서류가 어떻게, 왜 나오게 된 건지, 불법 소지가 있는지 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아버지가 십수년 전 일수를 하다 돈을 많이 떼였다. 당시의 것을 못 버리고 계속 보관하고 있었을 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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