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건축물? 시설물? 논란 속에 예산 77억원 든 캠핑장 개장 지연

대구 남구청 주요 사업인 '앞산 해넘이 캠핑장' 5년 만에 개장되나 했더니
야영장업 등록 기준에 해결점 찾지 못해…6월 개장이었지만 운영 '빨간불'

27일 대구 남구 상공에서 바라본
27일 대구 남구 상공에서 바라본 '앞산 해넘이 캠핑장' 모습. 도심형 캠핑장이 법적 기준을 초과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개장이 지연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5일 오전 10시에 찾은 남구 대명동
25일 오전 10시에 찾은 남구 대명동 '앞산 해넘이 캠핑장.' 안으로 들어가보니 실내 캠핑장 18동이 옹기종기 자리 잡고 있었다. 내부에는 TV와 식탁,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어 가족 단위로 편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어 보였다. 한소연 기자

사업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이달 문을 열 예정이던 도심형 캠핑장이 법적 기준을 초과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개장이 지연되고 있다. 법적 기준 초과로 판명날 경우 사업비 77억원이 든 캠핑장 시설을 해체하고 다시 지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오전 10시에 찾은 남구 대명동 '앞산 해넘이 캠핑장.' 도로포장도, 주차장도 말끔한 상태로 시민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 보니 컨테이너 형태로 만들어진 듯한 실내 캠핑장 18동이 옹기종기 자리 잡고 있었다. 내부에는 TV와 식탁,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어 가족 단위로 편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어 보였다.

남구청에 따르면 앞산 캠핑장의 전체 면적은 5천721㎡로 펜션형(6인용) 5개 동, 게르형(4인용) 9개 동, 돔형(3인용) 4개 동 등 모두 18개 캠핑장과 주차장 25면, 관리동, 화장실 등으로 구성됐다. 해넘이전망대 및 앞산하늘다리와 연결돼 있어 자가용을 이용해도, 걸어서 이동해도 좋을 만한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있다.

앞산 캠핑장 조성 사업은 2018년 사업이 시작된 지 5년 만에 지난 5월 공사가 마무리됐다. 토지 보상금 청구 소송까지 이어지며 구비 77억원이 들어간 대규모 사업인 만큼 이달 개장을 앞두고 시민들의 기대도 컸다.

문제는 캠핑장 개장을 앞두고 야영시설에 대한 법적 해석이 엇갈리면서 시작됐다. 관광진흥법령에 따르면 야영장에 들어가는 건축물은 전체 바닥면적의 합계가 300㎡를 넘을 수 없다. 건축물이 야영장 전체 면적의 10%를 초과할 수 없다고도 규정한다. 이는 야영장 시설이 자연 속에 지어지는 만큼 자연생태계 원형이 최대한 보존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앞산 캠핑장 내 건축물의 전체 바닥면적 합계는 ▷캠핑장 18동 530㎡ ▷관리동 167㎡ ▷화장실 33㎡ 등으로 300㎡를 초과한다. 건축물 면적의 합은 730㎡로 전체 면적의 12.7%에 달한다.

이에 대해 사업을 담당한 남구 공원녹지과는 캠핑장 18동은 건축물이 아닌 '시설물'이라고 주장한다. 애당초 건축물이 아니기 때문에 관광진흥법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건축물의 면적 기준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관광진흥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야영 시설물'은 주재료가 천막이면서 바닥의 기초와 기둥을 갖추고 지면에 설치된 것이라고 규정된다. 공원녹지과는 캠핑장의 주재료가 천막은 아니지만 지면 위에 컨테이너를 얹어둔 형태라 시설물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준공 허가를 담당하는 남구청 건축과는 캠핑장 18개 동이 건축물이라고 판단했다. 건축과 관계자는 "건축법상 건축물은 벽과 기둥, 천장이 있을 때를 말한다"며 "컨테이너 형식인 캠핑동은 시설물이 아닌 건축물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공원녹지과는 '주재료가 천막이어야 한다'는 시설물 규정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질의했다.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주재료가 천막이 아닌 시설에 대해서는 규정이 미비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주재료'의 기준이 모호해 문체부에 추가로 질의했다"고 설명했다.

시설에 대한 기준점을 찾지 못한 탓에 이달 개장했어야 할 캠핑장은 개장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체 시설을 해체하고 다시 지어야 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김재겸 남구의원은 "현재는 관광진흥법을 준수하지 않아 운영 허가가 나기 힘든 상황이다"며 "준공이 완료되어도 다 들어내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5일 오전 10시에 찾은 남구 대명동
25일 오전 10시에 찾은 남구 대명동 '앞산 해넘이 캠핑장.' 안으로 들어가보니 실내 캠핑장 18동이 옹기종기 자리 잡고 있었다. 내부에는 TV와 식탁,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어 가족 단위로 편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어 보였다. 한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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