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사드 기지 정상화

박진호 국방부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

박진호 국방부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
박진호 국방부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

커티스 스캐퍼로티(Curtis Scaparrotti) 전 한미연합사령관이 2014년 6월 한반도에 사드(THAAD) 전개 요청 발언 이후 사드 기지 정상화를 위한 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 될 때까지 9년이 걸렸다. 이 시간 동안 대한민국은 엄청난 사회적, 정치적, 군사적, 외교적 비용을 지불했다. 최선의 선택을 위해 지불하는 '기회비용'이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매몰비용'을 지불한 것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한 여야 간 정치적 공방이 과열되는 상황에서,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검증은 여야 간 새로운 정쟁거리로 부상했다. 비과학적 논리에 기반한 괴담이 과학적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무시한 결과 결국 국력 낭비를 초래했다. 이에 대한 책임 소재는 분명히 가려야 한다. 이명박 정부 첫 해인 2008년 '광우병 파동'으로 촉발된 괴담에 근거한 사진과 영상은 아직도 국민들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집권 여당은 사드 기지 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매몰비용을 기회비용으로 전환시키는 정치적 기지를 발휘해야 한다. 이런 정치적 시도는 국민이 희망하는 정치를 실현하는데 한층 더 다가가는 새로운 모멘텀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첫째, 사드 기지 인근 주민들과의 다각적인 민군상생 방안을 마련해 윤석열 정부의 민군상생 발전의 초석을 다져야 한다.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건설, 대구시 수성구 군부대 이전 추진 등의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민군상생 방안 마련이 우선되고 뒷받침돼야 한다. 군사시설이 기피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 군이 군사대비태세를 제대로 유지하고 위기 발생시 최고의 전투력을 발휘하는데 심각한 걸림돌이 될 것은 자명하다.

둘째, 우리는 이미 광우병 파동과 사드 배치 과정에서 반미 및 반중 감정 촉발사태를 경험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의 정상적인 대처가 반일 감정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정치권이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과학적 사실 제시를 넘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국민 입장에서 과학적 사실에 대한 공개 실증이 필요하다. 일부 정치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유엔(UN) 총회 안건으로 상정시키는 외교적 노력을 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제정치에 대한 무지를 자인하는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포괄적으로 검증하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유엔 조직 내 전문 조직으로서 유엔 총회 결의안에 따라 유엔 총회와 안보리에 각각 보고하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유엔의 지속적인 노력에 동참을 거부한 현재 야당이 유엔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안을 제기하겠다는 것은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는 것이다.

셋째, 정치는 '무형의 가치'를 '유형의 자산'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정치적 선전과 선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합법적인 정권 창출을 위한 정당의 본질적 정치 활동이다. 다만 선전과 선동이 불법 행위를 합리화 시킬수는 없다. 사드 배치 정상화를 위해 진행된 환경영향평가가에 대한 검증 과정에 국민과 소통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기 위해선 보다 정교한 정치적 선전과 선동 과정이 필요하다. 정치적 선전과 선동이 없는 정치인의 메시지는 '울림 없는 메아리'에 불과하다. 불법 행위를 덮기 위한 포퓰리즘을 조장하는 정치적 선전·선동은 민주주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필요악'이 아니라 '절대악'이라는 정치 문화가 이번 기회에 제대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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