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스스로 수사한 사건의 재판을 참관하는 '자기사건 공판 참여제'로 수사능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수사관들의 시야를 넓히고 공판 중심으로 변하는 사법환경에 대처할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호평이 나온다.
지난 16일 오후 대구 이석하 수성경찰서 수사과장, 한태권 수사심사관이 경제범죄수사4팀 구본호 팀장, 이해성 수사관과 대구지방법원을 찾았다. 수사팀에서 검거한 속칭 '차깡' 피의자가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자리였다.
피고인은 고급 외제차를 매입한 뒤 임의로 처분한 혐의를 받았다. 범행에 연루돼 경찰이 조사했던 참고인이 이날 법정에 나와 증언했다.
피고인은 최초 조사 당시에는 해당 참고인이 문제의 차량을 가져갔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참고인의 진술 내용과 엇갈리면서 다툼이 이어졌다. 수사팀은 시종일관 진지한 눈빛으로 재판 과정을 지켜본 후 공판이 끝난 뒤에는 소감을 공유하는 토의도 진행했다.
이렇게 경찰관 수사관들이 법정을 찾은 것은 올 5월부터 시행 중인 자기사건 공판 참여제를 통해서다. 수사관 및 수사부서 과장·팀장 등이 담당했던 사건의 공판 과정을 참관하며 수사과정 및 결과에 대한 재판장의 관심과 검사·변호인 간의 쟁점 등을 직접 확인하고, 경찰의 수사 과정과 결과에 오류나 미흡한 점이 없었는지를 살핀다. 2019년 하반기 경찰 수사개혁안 추진과제의 하나로 출발했으나 코로나19 영향으로 중단됐다 올해에야 본격화됐다.
공판을 참관한 수사관들은 수사능력 향상 효과를 체감한다고 밝혔다. 연차 10년 이상의 베테랑 수사관조차 자신이 맡은 사건 재판에 한번도 못 들어가 본 경우가 많은데, 직접 수사한 사건이 재판을 통해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다른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 있는 점이 크다.
경찰 임관 4년차, 수사분야 전입 2년차인 이해성 경위는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말로 공판참여 소감을 정리했다.
이 경위는 "신임수사관 교육에서도 공판을 염두에 둔 수사를 하도록 주문 받았지만 실제로 참여해보니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서류가 그대로 법정에 나오고, 이를 토대로 재판이 이뤄지는 걸 보는 건 또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며 "적법절차를 통한 증거수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수사를 더 면밀하게 해야겠다는 수사관으로서의 책임감도 다시 다질 수 있었다"고 했다.
수성경찰서는 앞으로도 매월 1회 주요재판에 수사관들이 참관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석하 수성서 수사과장은 "자기사건 공판참여제 활성화를 통해 수사전문성을 제고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책임수사 완성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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