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조류 대처하는 대구 수돗물

이태관 대구시 수돗물평가위원회 위원장

이태관 대구시 수돗물평가위원회 위원장
이태관 대구시 수돗물평가위원회 위원장

해마다 여름이 되면 근심거리가 하나 더 는다. 수온이 따뜻해지면서 녹조라고 하는 생물이 우리의 식수원인 낙동강을 덮는 것이다. 그냥 바라만 보는 강이면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겠지만, 우리가 먹고 마시고 이용하는 식수이기에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가 '녹조 라떼'라고 표현하는 것 중에는 특히 '남조류'라는 것이 있는데, 이 중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티스'라는 종류는 그 이름을 딴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라는 독성물질을 가진다. 마이크로시스틴의 경우 시안화칼륨(청산가리)보다 강한 독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녹조가 번창한 하천에서는 레저도 금하고 있다.

낙동강에서의 유해 남조류는 수온 20℃ 이하에서는 대부분 조류경보 단계 이하 수준으로 경미한 발생을 보이나, 그 이상의 수온에서는 급격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낙동강의 수온은 30℃를 웃돌기도 하는데, 지난해 7월 7일에는 낙동강의 칠서, 물금·매리 지점 수온이 각 30.2℃와 30.1℃를 기록하였다.

조류는 수온, 영양염류와 햇빛 등 3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이상 증식하게 된다. 이때 식수원의 안전을 위하여 상수원 구간에 따라 조류경보를 발령한다. 조류경보는 관심(1만cells/㎖ 미만), 경계(100만cells/㎖ 미만), 조류 대발생(100만cells/㎖ 이상) 3단계로 구분하는데, 조류 독소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법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특히 대구시는 1991년 페놀사고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도시로, 수돗물 생산에 있어 어느 도시보다 품질 높은 수돗물을 만든다고 알고 있다. 대구시의 수돗물은 고도정수처리를 통하여 생산하기 때문에 수돗물 수질의 안전성은 매우 높다. 고도처리는 응집, 침전, 여과, 소독이라는 기본 수처리 시스템에 전오존, 후오존 및 활성탄 흡착 공정을 적용한 것으로 이취미, 조류 제거 및 각종 미량 유해물질의 제거에 특화되어 있다.

하천이 녹조로 우점되어 녹조 라떼 형태로 우리 눈으로 볼 수 있어 불안감을 느끼는 조류의 대발생에도 실질적으로는 정수장에 유입되는 유해 조류의 개체수는 발생 개체수의 97%가 제거되고 불과 3%만 유입돼 정수처리시스템의 처리 부하가 매우 낮아진다. 이는 우리가 강물을 취수할 때 취수하는 포인트의 높낮이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조류의 색깔로 알 수 있듯 조류는 광합성을 하는 생물이다. 따라서 낮에는 광합성 생물이 물 표면으로 집중하게 되어 5m 이하의 수중에는 광합성 생물의 개체수가 현격하게 낮다. 그러면 취수하는 원수에서는 3% 정도밖에 조류가 포함되지 않는데, 이를 고도정수처리 시스템에서 제거하게 된다.

현재까지 남조류가 1만cells을 넘겼어도 고도정수처리 공정을 거친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이 검출된 적은 없다. 물론 낙동강의 수질 악화와 조류의 이상 증식에 위기를 느끼지 않는 시민은 없다. 고도정수처리 시스템을 통해 안전한 수돗물을 생산한다고는 하지만 언제까지 위험할 수도 있는 식수원을 이용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인천의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 유출 사고가 일어나듯, 구미하수처리장이 상류에 있는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우리에게도 제3, 제4의 수돗물 사고가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

시민들이 더 안전한 수돗물을 사용하려면 좀 더 깨끗한 원수를 확보하여야 한다. 상수 전용댐 개발, 식수원의 다변화와 함께 낙동강 수질의 근본적인 개선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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