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 기안84와 인도의 찰떡궁합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 인도로 간 기안84의 리얼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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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 포스터. 공식홈페이지 제공

이제 여행 예능의 트렌드도 바뀌고 있는 것일까.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를 보면 기안84가 인도여행에서 보여주는 날 것의 영상들로 채워져 있다. 막연한 판타지가 아니라 진짜 리얼리티가 가득한 여행기가 바로 그것이다.

◆시즌2로 돌아와…이번엔 인도

엔데믹으로 해외여행길도 이제 활짝 열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선뜻 가고픈 마음이 드는 여행지는 아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곳으로, 무언가 삶의 의미를 찾는 여행자라면 그 '고생길'을 자처하겠지만 여행에 어떤 로망과 판타지를 갖고 있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에게는 피하고픈 마음이 먼저 드는 여행지가 아닌가. 문화적 차이도 차이지만, 위생에서부터 치안까지 어딘가 불안감을 주는 곳으로 우리는 인도라는 나라를 떠올리곤 한다.

그래서일까.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가 시즌2로 돌아와 그 여행지로 인도를 택했다는 사실은 이 프로그램의 분명한 차별점을 보여준다. 그간의 여행 예능들이 보기만 해도 한번쯤 가고픈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판타지들을 담았다면, 이 프로그램은 그것과는 정반대로 '극사실주의 여행 예능'을 지향한다. 그래서 지난 시즌1에서 찾아갔던 남미 역시 아마존강 깊숙이 들어가 그 곳에 사는 이들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리얼함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러니 우리들에게 굳이 가고픈 로망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 인도를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리얼한 광경들이 펼쳐질까 궁금해진다. 막연한 불안과 불편으로 가득한 인도일까. 아니면 그것이 하나의 편견이자 선입견일 뿐, 그 안에서 발견하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인도일까.

이러한 '극사실주의 여행'은 주로 여행 크리에이터들의 영역이었다. 유튜브를 통해 전해지는 이들의 리얼한 여행은 그간 레거시 미디어에서 보여줬던 여행이 진짜가 맞는가 하는 의구심을 건드렸고, 그래서 진짜 여행을 보고픈 구독자들을 끌어 모았다. 빠니보틀이나 곽튜브 같은 스타 여행 크리에이터들의 탄생이다. 이런 여행 크리에이터들이 인기를 끌면서 레거시 미디어에서 연예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떠나는 콘셉트의 여행 예능들에 대한 호불호가 생겼다. 여전히 그 판타지를 보고픈 욕망이 존재하지만, 리얼한 실제를 보여주는 여행도 아닌 그들만의 세계를 왜 봐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 또한 생겼기 때문이다.

MBC에서 만든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는 이런 변화를 지상파가 끌어안아 보겠다는 취지로 기획된 여행 예능이다. 그게 가능했던 건 역시 기안84라는 인물이다.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가끔 여행을 통해 기행에 가까운 리얼리티를 보여줬던 그였다. 이제 연예인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예능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있는 그대로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이른바 '유튜브 감성'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를 전면에 내세운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는 이번 시즌2를 통해 인도로 떠나면서 기안84라는 대체 불가 인물의 잠재력을 극으로 끌어 올렸다. 인도라는 선뜻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서 베일에 가려진 신비로움 같은 것이 있는 나라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여행에 있어 기안84만큼 최적화된 인물이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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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 포스터. 공식홈페이지 제공

◆예측 불가능한 전개가 주는 리얼함

기안84는 시즌1에서도 보여준 것처럼, 남미로 떠나는 여행에 달랑 옷가지 몇 개 칫솔 하나 들고 가는 인물이다. 길바닥에 털썩 앉는 건 예사로운 일이고, 어디서든 머리만 닿으면 잠을 자고 비위가 좋지 않으면 먹기 힘들 것 같은 음식도 잘 먹는다. 게다가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아도 누군가를 만나고 친해지고 정을 나누는 일에 열려 있다.

인도 여행에서도 기안84는 갠지즈강에서 우연히 만난, 보트 투어를 해주는 현지인 비키와 금세 친해지고, 그 곳에서 벌어지는 힌두교 종교의식인 '아르띠 뿌자'에 참여하기 위해 배를 타게 된다. 그런데 그 배에 동승하게 된 인도인 부부와 서먹한 시간을 보내다 뜬금없이 여동생 결혼식에 오라는 청첩장을 받는다. 인도에 도착해 숙소로 가던 길 밤늦게까지 이어지던 결혼식 파티 행렬을 봤던 기안84는 그 곳에 참석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바로 다음 날 저녁 결혼식에 갔다가 그들과 함께 한바탕 어우러지는 춤을 추는 진풍경을 보여준다.

기안84의 인도여행은 이처럼 예측 가능한 전개가 없다. 우연과 우연의 연속이다. 물론 인도를 여행하게 되면 하고 싶었던 일들이 막연히 있었지만,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실현되는가는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발리우드 영화에서 보듯이 인도인들이 다함께 모여 춤을 추는 걸 한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기안84가 그것을 보트에서 우연히 만난 부부의 청첩장을 받고 찾아간 결혼식장에서 하게 되리라고는 그 누가 예측할 수 있었겠는가.

뒤늦게 합류한 덱스와 기안84가 아카라(Akhara)라 불리는 고대 운동을 통한 심신단련 종교적 수양을 하는 장소에 가게 되는 과정도 그렇다. 그저 헬스장 같은 곳에 가고 싶어 리키에서 물어봤고, 리키가 아카라를 알려준 것이지만 그 곳이 그런 곳이었는지는 전혀 모른 채 가게 된 것. 갑자기 운동 고수들(?)이 등장해 시키는 훈련을 받고, 현지 레슬링 선수들과 대결을 벌이는 광경도 펼쳐졌다.

알고 보니 챔피언십 메달리스트였던 중고등학생들에게 모두 패했지만 기안84와 덱스는 그들과 더할 나위 없는 친분을 갖게 됐다. 이처럼 기안84의 여행기는 "이런 전개라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예측불가가 매력이고, 이것은 어쩌면 그간 여행 예능에서는 잘 보여주지 않았던 여행의 찐맛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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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 포스터. 공식홈페이지 제공

◆보다 진짜를 요구하는 여행 예능

사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는 시즌1에서부터 최근 SNS를 통해 변화하고 있는 여행 예능의 트렌드를 지상파 버전으로 끌어안겠다는 포부를 보인 바 있다. 그것은 대표적인 여행 크리에이터인 빠니보틀이 함께 한다는 것에서부터 여실히 드러난다. 하지만 시즌1에서도 빠니보틀보다 기안84의 여행기가 더 리얼 그 자체로 다가온 바 있다. 남미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 포르피네 집을 방문하고 그와의 우정을 선보인 것도 기안84 단독으로 했던 여행기에서 나왔던 광경들이었다.

시즌2에서도 일정이 바빠 뒤늦게 빠니보틀이 합류하게 되었고, 그래서 홀로 기안84가 먼저 인도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전파를 탔는데 그 체험 하나하나가 리얼리티 그 자체였다. 첫 날 다소 낯설 수 있는 맨손 식사를 인도인들 방식 그대로 선보이고, 우연히 본 길거리 간식을 주저 없이 먹어보다 헛구역질을 하며, 갠지스강에 뛰어들어 그 곳 청년들과 수영을 하면서 가까워진다. 일정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지만, 먼저 기안84의 혼자 하는 여행을 보여주고 그 다음에 차례로 덱스와 빠니보틀이 합류하는 이 과정은, 날 것의 리얼리티 여행에서부터 차츰 동료가 생기면서 편안해지는 변화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갠지스강에서 기안84가 목격한 것처럼 한쪽에서는 망자를 화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 강에서 목욕하고 수영을 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삶의 진면목일 게다. 하지만 그간 여행 예능이 보여준 건 때론 살풍경한 현실의 모습을 제거한 나머지 반쪽의 판타지 가득한 광경들이 아니었을까. 그런 점에서 보면 화장장 앞에서 한껏 숙연해지지만, 저들과 겨룬 레슬링에서 패배해 분해하고, 우연히 찾아가게 된 결혼식장에서 한껏 흥이 올라 춤을 추는 그 다양한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체험하고 보여주는 기안84의 여행기는 그간 지워졌던 나머지 반쪽의 리얼리티까지 채워진 '진짜'로 다가온다. 이처럼 여행 예능은 이제 보다 진짜를 요구받는 상황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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