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를 사이를 두고 부산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에서 개막된 '제20회 부산국제연극제'는 코로나 19로 둔화한 공연관람객들이 몰리면서 마스크 해제의 완전한 일상성을 회복해 보였다. 부산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을 비롯해 소극장과 광장 등 10여 곳 특정 장소에서 개최된 '부산국제연극제'는 개막 초청작품 <한여름 밤의 꿈> (연출, 임도완, 사다리 움직임 연구소> 이였다. <마누 혹은 시간의 환상>, <루맨>, <네이처 오브 포켓팅>과 폐막작품은 <마에스트리시모>로 영국, 스페인, 동유럽과 콜롬비아에서 부산연극제에 참가한 공연들은 마임, 신체극, 넌버벌 퍼포먼스, 뮤지컬과 코미디 장르로 대체로 수작들이었고 국내공연을 포함한 초청공연, 주목할 만한 작품, 다이나믹 프린지, 10분 연극제 등 45여 편의 작품구성으로 관심을 나타내며 일상성 회복에 수많은 관객이 몰렸다는 것이 이번 축제의 변화된 특징으로 보였다. 올해부터 '부산국제연극제'를 이끄는 손병태 집행위원장과 강성우, 강원재 축제 프로그래머들이 20주년 부산국제연극제를 세계공연 축제로 발전시키려는 의지(意志)가 느껴졌고 공연단체들의 작품성도 평균 이상이었다. 지역 공연 축제는 도시의 개최 성격과 축제 방향성을 작품라인업으로 설명해야 하는데 올해 연극제는 축제의 과정과 작품의 성과로 준비된 축제로 보였다.
◆ 다양한 프로그램 '부산국제연극제' 주제의 강렬함 '10분 연극제'
올해 부산국제연극제 프로그램 중 마르셀 마르소 100주년 기념 워크숍으로 열린 '마스터클래스는 마르셀 마르소 국제 마임 드라마 학교를 졸업한 카롤로스 아구델로가 8시간에 걸쳐 연기, 마임, 움직임 워크숍을 개최했다. 배우의 신체적인 감각을 무대에서 활용하고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훈련프로그램으로 배우들 관심이 높았으며 참가자들은 수행적인 연기와 표현의 다양한 접근성을 몸으로 체득하는 과정들이었다. 이 밖에도 20주년 심포지엄도 '부산국제연극제'의 역할과 세계화 전략, 프로그래밍과 경영 활성화, 세계 공연예술축제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의 발제와 토론(김문홍, 이기호, 노하룡, 이은정, 허은)은 부산국제연극제를 세계축제로 도약시키려는 지역공연예술계 교수, 작가, 축제 감독 등이 발전적인 전략과 대응 방안을 발제로 담아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홍재홍 교수는 부산국제연극제의 세계화 전략이라는 주제에 심포지엄 참여자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200페이지 분량으로 부경대학교 김남석 교수가 부산국제연극제 20년을 기록한 '빛과 무대'(도서출판 연극과인간)도 20년의 성장스토리를 묵직하게 담아냈다. '부산국제연극제'의 하이라이트는 예선을 거쳐 본선 무대에 오른 전공 학생, 일반극단(전문가팀)들이 참여한 '10분 연극제'였다. 두드러진 점은 참여한 단체들이 전국에서 모였다는 점이고 주제도 노인, 질병, 지구, 전쟁, 온난화, 마약, 부조리한 현실, 청소년 문제 등 10분 안에 압축한 작품들이 많았다. 동시대적인 고민을 담아내려는 단체의 주제가 선명했고 표현에서는 아이디어가 뛰어났다는 점이다.
공간과 소품, 오브제를 활용한 앙상블들도 10분 연극제의 특징을 텍스트(스토리)들도 창작했고 압축의 표현성은 의미와 메시지의 전달이 충분했다. 부산 영화의 전당 광장에서 이틀간 참여한 20여 단체의 전반적인 장점은 한 방향으로 주제를 표현하고 특정 장면을 만들고 주어진 배역으로 전달하는 방식보다는 10분 연극제 특징과 무대 공간(광장)의 활용으로 작품 의도와 연출적인 방향을 충분하게 살려내기 위해 연극제를 준비했다는 점들이 두드러졌다.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정리해 각 팀 표현의 방식대로 시(詩)처럼 녹여내려 했다는 점이 작품마다 긍정적인 신호를 주었다. 특히 참가단체 배우들과 스태프 나이는 중고등 학생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특히 관객 참여도가 높았다. 부산 영화의 전당 내 야외광장으로 특설무대를 마련한 10분 연극제는 개방적인 무대와 이동식 객석임에도 가족 단위와 다양한 관객층들이 이틀간 20여 작품 공연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고 한 어린이는 객석에서 동화책을 보면서 공연을 감상해 눈길을 끌었다. 부산국제연극제 행사지원 스태프들도 광장 주변으로 팸플릿을 비치하고 친절한 안내와 다양한 기념품으로 올해 부산국제연극제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고 광장에서 탈 수 있는 킥보드를 무상으로 대여해 주고 있었다. '10분 연극제' 참가단체 주제가 다양했는데, 다양한 연령층들이 공감하기에 충분했다. 올해 10분 연극제 특징은 참가단체들의 주제 의식과 메시지를 10분 안에 담아낼 수 있는 공간 활용성, 앙상블, 표현의 독창성들이었다. 일반 참가자들은 상황의 균형, 배우의 표현력, 소품과 오브제의 활용, 참가단체들의 독창적 표현의 방식을 이루고 있는가가 핵심이었다. 표현방식은 거칠어도 신선한 주제로 10분 구성을 통해 팀의 특징으로 전달되고 표현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관심이었다. 장르의 관점을 구분할 수는 없지만, 실험성을 보이는 단체들도 있었고 코미디, 뮤지컬, 독백, 움직임과 넌버벌 퍼포먼스로 다양했다. 이러한 기준으로 일반부에서는 총 7개 단체가 금상과 은상 각 1팀, 동상 2팀, 격려상 3팀이 선정되었다.
◆ 10분으로 인간과 삶, 현실을 표현하다. 시(詩) 같은 표현의 방식.
대상을 받은 <쏠드맨의 탄생>(연출, 김진만, 극작 전현아, 안녕 마비)은 디지털 시대 외 인공지능, 스마트폰, IT 기술발달로 변화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70대 극 중 인물 기송의 이야기이다. 은행 송금은 스마트폰으로 음식 주문은 키오스크로 하는 시대에 기송은 스마트 문맹 탈출을 위해 손녀한테 스마트한 세상을 배우고 자신도 디지털 문맹 노인을 돕는 쏠드맨이 될 것을 결심한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짜임새 있는 상황 설정과 오브제, 적절한 소품 활용으로 연극적인 드라마로 구성했으며 IT 시대를 긍정하면서도 노인들의 디지털 시대를 현실감 있게 풍자시켜 10분 연극제의 특성을 살려내는 짜임새 있는 구성이었다. 아마추어 배우들인데도 짧은 상황에서 집중력과 상황을 끌고 나가는 앙상블들이 두드러졌다. 은상 수상작 <이런 세상, 멸망까지 10분 전>(연출 송호걸, 장기)은 주제가 신선하다. 지구가 멸망하기 전 단 10분 주어진다면 '인류에 무엇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언어학자, 엔지니어, 예술가 세 명이 모여 블랙 코미디 적으로 풀어낸 공연이다. 이들 토론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세 명의 주장은 충돌되어 인류의 소중한 가치는 현재의 삶이다. 대사 위주이면서 상황을 전개하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역할을 진지한 장면으로 때로는 웃음의 풍자로 풀어냈다. 이 팀이 바라보는 '현실'은 '충돌의 시대'이다. 인간의 다름은 충돌과 혐오로 바뀌고, 익명의 세상은 난타전으로 들끓는 세상이다. 미래 시대를 개발하는 엔지니어도, 동시대의 부조리함과 모순을 담아내는 예술가도, 인간 언어를 연구하는 언어학자도 멸망 10분을 남겨두고 이 난제를 풀지 못한다. 그들도 여전히 충돌을 부추기고 혐오와 '위선의 시대'에 적응되어 다른 인간과 마찬가지로 인류의 구원에는 무기력한 존재들일 뿐이다. 금상을 수상했음에도 현실의 부조리함을 바라보는 보는 시선이 날카롭다.
동상을 수상한 <중독>(연출 탁현국, 조이래비바) 팀은 한국 사회 마약 문제를 뮤지컬 형식으로 다뤘다. 마치 강남 학원가에서 마약 음료가 문제가 된 것처럼 스타 배우가 꿈인 청년 남호는 선배를 만나게 되고 마신 율무차는 마약 음료가 되어 마약에 빠져드는 이야기다. 뮤지컬 동호회 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도 배우 김남호의 뮤지컬 가창력이 높았고, 출연자들의 움직임과 앙상블 가창력들이 평균 이상 수준들이었다. 다만, 장면과 상황들이 주제와 연결하려는 단조로움과 예측할 수 있는 결말 구성을 보였음에도 한국 사회 마약 문제점을 뮤지컬적으로 다뤄 출연자들의 기량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어 동상 <갈망 渴望>(연출 박민규, 김민재, 부산영상예술고등학교, 조커)은 코로나 19 펜데믹으로 단절된 인간과 사회에 대해 역동적인 움직임의 앙상블로 풀어냈다. 표현의 욕망을 가둬 버린 것은 코로나 19 펜데믹이며, 현재 자유로운 시간으로 환원되어야 할 인간의 욕망은 무수한 '달리기'로 표현되고 반복된다. 역동적인 28명의 움직임은 인간의 관계성 회복과 소통을 드러내고 미래를 향한 달리기로 치환된다. 많은 출연자 임에도 각자의 욕망을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는 광장에서 최대한의 집중력과 앙상블,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준 팀이다. 격려상을 받은 (오동준, 팀 연성)은 연기훈련프로그램으로 제시되고 있는 에쮸드를 활용해 기다림이라는 주제로 배우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냈고, <진희양장점>(연출 지연실, 오로라)은 1930년대 양장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독립운동 자금을 전달하던 하나코 밑에서 의상 디자인을 배운 소녀의 이야기다. 10분 연극제임에도 1930년대 모던걸 의상을 재현하려는 노력이 보였고 의상실 배경도 연극적인 장치를 활용해 극적인 활용성을 높였다. <다시 선택해도 될까?>(연출 김동형, 극단 리브레) 팀은 반복되는 일상성에서 인간의 꿈을 주제로 풀어냈는데 김민석(또 다른 자아 B), 강종호(배우A), 윤종현(부장, 아버지)의 기량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공대학부 대상에는 <비상>(세명대학교 연기예술학과 MZ주의보), 은상은 < 프리즘>( 수원여자대학교 연기영상과, 프리즘 스톤), 동상<다원>(수원대학교 연극과, 프로젝트 위트>로 돌아갔다. 전공대학부 경연에서는 대학의 전공 특성상 참여단체들의 주제 의식과 표현의 실험성이 높았으며 언어적인 대화를 탈피해 신체 표현의 다양한 방식으로 주제를 표현해 10분에 극의 메시지를 선명하게 담아내려는 노력과 팀의 표현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도 올해 10분 연극제에는 선정은 안 되었으면서도 아쉬운 공연들이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10분 연극제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10분 연극제 참여단체는 주어진 시간 동안 표현하고 싶은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것인지 고민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모든 주제에는 의미가 있다. 주제에 함몰되지 말고 표현의 방식을 짜임새 있게 구성하고 출연자의 적절한 표현성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전달력, 소품과 소도구 활용도 중요하다. 핵심은 주제의 신선함과 그것을 10분 동안 표현하는 방식이다. 압축된 '시'처럼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 올해 10분 연극제는 많은 성과와 높은 관심이 있었던 시민참여형 축제였다. 아쉬운 점은, 개방적인 광장의 특성상 배우들이 무선마이크를 착용해도 간혹 대사전달이 안 들리는 경우가 있었다는 점과 수평 객석의 배열보다는 계단 층의 이동식으로 광장 공간을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올해 10분 연극제의 8할의 성공은 다양한 주제의 작품이 전국에서 이루어졌다는 점과 기획 의도가 분명했다는 것이다. 특히 몇몇 작품들은 10분 동안 전달되는 메시지가 동시대의 현상과 문제를 담아내면서 가능성 있는 농축(濃縮)된 드라마를 보여주었다.
김건표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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