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금 문제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국고보조금 제도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국가 외의 자가 행하는 사무 또는 사업에 대하여 국가가 이를 조성하거나 재정상의 원조를 하기 위하여 재원을 교부하는 제도로 부담금, 교부금, 조성비, 장려비, 위탁금 등의 다른 명칭으로 역대 정부에서 줄곧 사용해 왔다.
문제는 그간 여러 시민 단체나 노동조합이 국민 혈세인 국가보조금을 눈먼 돈으로 알고 공익 활동을 빙자해 사적 이익을 챙기거나 부패한 카르텔을 형성하는 데 윤활유 역할로 써 온 데 있다. 특히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국가보조금이 70%나 급증했는데, 이미 부정수급으로 드러난 것만 해도 수천억 원이나 돼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이 중 한 시민 단체는 문재인 정권 시절 국가보조금을 받아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 목적으로 단체를 운영했고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를 보조금으로 열었다니 참 통탄할 일이다. 최근에는 퀴어축제를 둘러싸고 충돌한 대구경찰청이 난데없이 대구시에 보조금 현황 제출을 요구하고 나선 것을 보면 어느 기관이나 집단이든 보조금 문제는 건들면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통해 국민 혈세를 지원받는 시민 단체 등의 부패 카르텔에 의한 불법 이익 환수 방안을 약속한 데 따라 지난해 12월 국무회의를 통해 "지난 몇 년간 국고보조금 지원사업이 급격히 증가했지만 회계 처리 내역을 제대로 들여다봤는지 의문"이라면서 시민 단체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원 체계의 전면 재정비를 지시하는 등으로 국가보조금 사용 부패에 대해 칼을 빼 들었는데 박수를 보낸다. 정부 역할을 보완하는 건전한 시민 단체들의 활동에 대해선 국고보조금 지원을 권장할 수 있으나 보조금을 낭비, 유용하는 범죄 행위는 결코 용납해선 안 된다.
차제에 국가보조금 문제에 박차를 가한다면 어느 곳보다 더 거액이 지급되는 정당의 국고보조금에 대해서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정당은 윤 대통령의 국고보조금 수사 엄명에 유일하게 비켜 나가고 있다. 요즘 거리마다 눈이 피곤할 정도로 붙여 놓은 각 정당들의 현수막 비용도 국회의원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당 보조금에서 나간다. 특히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인데도 1년 내내 광화문, 삼각지 등에서 수많은 인원과 장비를 동원해 윤 대통령 퇴진 집회를 여는 것이나 인천 등 전국을 돌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장외 반대 집회를 여는 데 필요한 그 막대한 돈이 다 어디에서 나올까? 이것 역시 우리 세금으로 만들어진 정당 보조금을 활용한 것일 게다.
2022년에 중앙선관위가 7개 정당에 지급한 경상보조금이 465억 원이나 된다. 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약 220억 원으로 가장 많이 받았다. 정당 보조금에는 경상보조금 외에도 선거 때마다 지원하는 '선거보조금'이 또 있다. 다 합치면 무려 연평균 1천200억 원을 넘는다. 이렇듯 국고보조금이 당초 취지와 달리 정당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정당 보조금이 1조4천억 원이 나갔다. 그런데 한 번도 감사를 받은 적이 없다. 이런 점에서 정당 보조금의 지급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 정치자금법에 따라 국가가 정당의 보호, 육성을 위해 정당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나 정치를 불신하는 많은 국민들은 대개 잘 먹고 잘 사는 국회의원들과 매일 이전투구나 하는 정당에 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느냐며 반대하고 있다. 당비보다 더 많은 국가보조금을 받으면서도 통제를 받지 않는다면 이건 시대정신인 공정에도 위배될 뿐 아니라 정당의 자생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정당의 역할은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해 정책을 만들고, 국가기관의 정책을 지지하거나 비판하며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당이 재정의 상당 부분을 국고보조금에 의지하게 되면 배부른 돼지가 돼 더 이상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려 할 것이다. 결국, 돈과 카르텔을 형성한 '카르텔 정당'이 되는데 이쯤 되면 정당 보조금은 폐지가 마땅하다. 그런데도 법에 따라 정당에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면, 정당 보조금은 결코 수사 대상에서 예외가 돼선 안 된다. 정치권의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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