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태용 한은 대구경북본부장 "대구 경쟁력 강화? 개방성과 다양성 필요"

[대구 미래 50년, 어떻게 준비할까]
대구 경쟁력 10위, 혁신 역량은 5위…중기 자금 지원책 지자체 주도 필요

지난달 26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서 매일신문 기자와 만난 권태용 본부장. 이 자리에서 권 본부장은
지난달 26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서 매일신문 기자와 만난 권태용 본부장. 이 자리에서 권 본부장은 '대구 미래 50년'을 위해 도시의 개방성과 다양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제공

"대구의 50년 미래의 토대를 쌓아 청년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도시를 만들겠다."

지난해 5월 홍준표 당시 대구시장 후보가 '대구 리빌딩' 공약과 함께 대구시민에게 내놓은 말이다. 한 번 뱉은 말을 지키고자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구시가 동분서주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산업연구원과 함께 수도권 기업 159개 사를 대상으로 지방 이전 및 신증설 의향을 조사했는데 수도권을 떠나 대구경북으로 옮기겠다는 기업은 5.4%에 불과했다. 환경 규제가 심한 제주와 같은 수준이며, 대구경북 뒤로는 강원도뿐이었다. '대전·세종·충청권'에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이 51.4%로 가장 많았다. '부산·울산·경남권'과 '광주·전라권'(각 10.8%)를 택한 경우도 대구경북의 2배에 달했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발표한 대구의 지역 경쟁력지수도 참담하다. 2020년 기준 지역 경쟁력지수에서 대구는 17개 광역시·도 중 10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특별·광역시 중에서 가장 낮은 순위다. 지역 경쟁력지수는 1인당 지역 총생산인 GRDP에 인적 자본, 제도, 기술 등을 추가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평가하는 지표이다. 어제도, 오늘도 어렵지만 앞으로도 힘들 것으로 관측되는 게 지역의 현실이다.

이에 매일신문은 지역 내 경제 전문가를 만나 '미래 50년'을 밝게 만들어가려면 어떤 부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혜안을 구했다.

-본부장으로 와서 지난 1년간 본 대구는 어떤가?

▶이렇게 장기간 대구에 살아보는 건 처음이다. 지내면서 놀란 부분은 인프라다. 문화, 교통, 의료 등 부족한걸 거의 느끼지 못했다. 이보다 더 놀란 게 1년에 1만명씩 직장을 찾아 떠나는 청년으로 대구경북 인구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대구경북이 겪는 어려움 중 정부의 수도권 집중 정책에 기인하는 부분이 많다. 지역의 혁신기업을 가보면 연봉 1천만원이라도 더 줘야지 대구에 머무른다고 한다. 그만큼 사람이 수도권으로만 몰린다. 어릴 때 경기도 의정부에 살았는데 당시에는 의정부에서 서울시청까지 출근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양주, 동두천에도 서울 지하철이 연결돼 1시간 20분 정도면 광화문으로 출근한다. 이것도 부족해 수도권에 돈을 투하해 동두천에서 강남까지 30분 만에 주파하는 GTX를 네 개 노선이나 만든다고 한다. 수도권은 인프라를 쏟아붓는데, 그 돈을 조금만 대구에 투자하면 젊은이들이 덜 떠나지 않겠나.

지역에도 문제점은 있다. 맞벌이 가구 비중이 작고, 경력 단절 여성이 많다. 이러한 남녀의 고용 차이는 지역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2020년 기준 대구의 지역 경쟁력지수가 17개 광역시·도 중 10위다. '대구 미래 50년'을 위해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나?

▶먼저 설명을 하자면 유럽연합(EU)에서 쓰는 지표를 우리 사정에 맞게 원용한 것이다. 현재 지역 경쟁력 관련 지표 중 가장 광범위하다. 다만 일부 항목이 작년과 재작년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서 2020년이 최신 결과가 됐다.

보고서를 보면 대구의 기본 역량은 7위다. 효율성 역량은 12위고, 혁신 역량은 5위다. 혁신 역량은 기업이나 연구소가 몰려 있는 곳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보면 수도권, 대전을 제외하고 대구가 혁신 역량이 가장 높아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우선 과제는 도시의 개방성과 다양성이다.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을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게 대구시의 구상이다. 대구에 부자가 많아도 여기 사람들이 필요한 돈을 다 충당하지 못한다. 결국 외부 도움이 필요하다. 로마와 미국은 용광로와 같은 개방성으로 '팍스 로마나'가 되고 '팍스 아메리카나'가 됐다. 효율성 역량을 떨어뜨리는 남녀의 어떤 취업률 차이, 경력 단절 부분도 결국은 개방성이 답이다.

-금융 부문에서 도와줄 방법은 뭐가 있나?

▶시중은행은 안정적 자금 운용을 하려다 보니 지역 중소기업 대출에 소극적이다. 자치단체가 엘앤에프 같은 기업을 10개 만든다는 목표로 중소기업, 스타트업 육성에 필요한 자금 지원책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 지역 헬스케어 업체를 만났는데 매출액이 10억원이라고 하더라. 그 회사 매출이 앞으로 1천억원이 될지 누가 어떻게 판단하겠나. 은행도 하지 못한다. 10억원도 안 되는 기업이지만 자치단체가 육성하는 분야라면 기술력을 판단해서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 등에 매칭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움직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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