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칼국수 아줌마의 수육 한 접시

이재태 지음/ 학이사 펴냄

이재태 지음/학이사 펴냄
이재태 지음/학이사 펴냄

칼국수 아줌마의 수육 한 접시.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제목이다. 시집일까.

주인공은 국립대 의대 교수로 34년을 보낸 한 의사. 시가 아닌 의료인으로 겪은 인생의 조각보를 엮은 수필이다. 저자 이재태 경북대 의대 교수가 정년퇴직을 앞두고 스승과 동료, 가족과 친구, 병원에서 만난 환자와 이웃을 돌아본다.

발열과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환자가 응급실로 후송됐다. 환자는 곧장 중환자실로 향한다. 작은 체구에 통통한 얼굴의 소녀는 도와달라는 간절한 눈빛을 보낸다. 급히 튜브를 통해 고농도 산소를 주어도 쌕쌕거리며 식은땀만 자꾸 흘린다. 소녀는 대구의 한 방직공장에 다니며 산업체 고등학교에 적을 둔 16세 여공. 다음 날 전북 무주에서 농사짓던 소녀의 아버지가 와 막내딸의 등을 쓰다듬으며 "내가 능력이 없어 이렇게 됐다"며 자책한다. 하지만 결국 소녀는 숨을 거둔다.

이는 이 교수가 내과 전공의 1년 차에 겪은 일이다. 그는 이 환자를 의사 생활 41년에 가장 잊지 못할 환자로 기억한다. 처음 마주했을 때 도움을 요청하던 간절한 눈빛, 무능을 자책하며 딸의 시신을 의학발전을 위해 기꺼이 기증한 농부 아버지의 모습은 아직도 영화의 등장인물처럼 눈앞을 지나간다고 한다.

이처럼 41년 동안 이 교수가 만난 사람은 다양하다. 어린 시절 가난과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극한의 노력을 한 사람, 사회에서 큰 성공을 했거나 엄청난 부자가 된 사람, 평소에는 굽신굽신하다 상대가 빈틈을 보이면 목적 달성을 위해 남을 속이는 사람…. 책에는 이렇게 저자가 만난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런 그는 다정하고 좋은 의사였다. 현재 핵의학과 교수인 이 교수는 암 환자를 치료하는 전문의 특성상 같은 환자를 오랜 시간 보살핀다. 이제 정년을 맞아 병원을 떠난다는 말에 어느 환자는 갑자기 엉엉 울다 말없이 가고, 어떤 환자는 "선생님이 늘 이 자리에 있어 안심됐는데, 이제 난 어떡하느냐"며 망연자실해한다.

그 자리에 있어서 고마웠다는 환자들의 말 한마디에도 오히려 지난달의 미숙하고 인색했던 자신이 떠올라 되레 민망하다고 고백하는 이 교수의 이야기는 참 따뜻하다. 352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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