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23 매일 시니어문학상 수상작] 시 부문 '피아노 치는 손' - 정황희

어머니, 기억하고 있어요.

뭉툭한 손톱 자글거리는 손 주름이 준 밥을

옹이 박힌 투박한 손의 성실한 노동을

마디마디 땀으로 채워진 절박한 생활을

어머니, 어젯밤 꿈을 꾸었어요.

가늘고 긴 섬세한 손가락들이

흑과 백 피아노 건반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어요

땅을 버리고 하늘을 나는 손을 보았어요

어머니, 저를 붙잡아 주세요

움직이다 춤추다 오르다 날다......

동사들 장대높이뛰기 해도 무게 모르는

하늘 내미는 손 잡고 싶어요

단단한 질퍽한 고단한 쓸쓸한......

형용사로 울타리 친

땅 중력 잊고 싶어요

정황희
정황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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