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취임 1주년을 맞은 홍준표 대구시장을 두고 혹자는 "홍 시장의 머릿속에는 옛 한약방의 약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어떠한 주제의 질문을 받더라도 수십 개의 약재 이름이 적힌 서랍을 척척 열어내고, 약포를 싸듯이 술술 즉답을 한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홍 시장은 "다 경험과 훈련 덕분"이라고 했다.
"제가 공직 생활한 지 올해로 40년입니다. 정치판에 있으면서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대부분 '경험'해 본 거죠."
그는 "훈련이 쌓인 덕분"이라고도 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전날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던 모든 현안을 보고, 현안마다 제 생각을 정리합니다. 그런 '훈련'을 한 지 30년이 넘었어요. 그런 경험과 훈련이 쌓인 거에요."
홍 시장의 취임 후 성과로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 제정'이 첫 손에 꼽힌다.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한 미래 신산업 육성과 재정 혁신,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등 기득권 카르텔 혁파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받는다.
홍 시장은 "어떠한 정책이든 쉽게 결정하지 않는다. 사유 과정은 치열하되, 일단 결정을 내리면 좌고우면하지 않는다. 그게 올바른 지도자"라고 강조했다.
-민선 8기 최대 성과라면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 제정을 꼽을 수 있는데?
▶지난 1년 동안 한 일 중에 가장 보람이 있었던 일은 단연 신공항 특별법 제정이다. 다들 굉장히 어렵다고 얘기했던 문제였다. 발의를 꺼리는 지역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고, 광주시, 더불어민주당과 협상하면서, 정부와 수차례 협의를 거쳐 통과시켰다.
대구시가 나아갈 방향은 그냥 우발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심사숙고한다. 지금까지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 같고, 지난 1분기 경제 지표에서 보듯이 성과도 나오고 있다. 올해 말이 지나면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년을 지내며 아쉽게 생각하는 점은 없나?
▶지금까지는 목표했던 것은 거의 다 이뤘다. 대구시의 정책이 중앙정부의 롤 모델이 된 것들도 많다. 민간단체 보조금 문제도 대구시는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싹 다 정리했다. 올해 예산에서 시가 허투루 지원하는 보조금은 단 한 푼도 없다.
산하 공공기관 구조 혁신과 각종 위원회 정리, 불필요한 시유재산을 팔아서 부채를 정리하는 재정혁신도 기획재정부가 차용하고 있다. 올해 예산은 지방자치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고 편성했다. 그것도 정부의 재정 혁신 모델이 됐다.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시민 사회와 소통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는데?
▶일부에서는 '독선적이다', '독주한다'고 하는데…. 사람이 나이가 들면 왜 귀가 어두워지는지 아는가? 쓸데없는 말은 듣지 않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왜 눈이 침침해지는가. 작은 일을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을 충족시키는 정책은 없다. 민주주의는 51%가 충족하면 가장 좋은 정책이다. 좌고우면하고 온갖 얘기를 다 들으면 추진력을 잃는다. 반대가 있더라도 해야 하는 정책이면 밀고 나가야 한다.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이나 도축장 폐쇄 문제도 반대가 있더라고 착착 진행하니까 정리가 되지 않았나. 비판이 두려워 할 일을 못하면 시장 자리 내놓고 집에 가는 게 맞다.

-대구가 미래 50년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아직 부족하게 느끼는 점도 있을 것 같은데?
▶대구 시민들의 잠재력은 굉장히 크다. 폭발력도 있다. 여태 그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강력한 리더가 없었기 때문이다. 강력한 리더가 없으니 백가쟁명식으로 중구난방만 있었다. 잠재력을 폭발 시킬 수 있는 강력한 리더가 있어야 했다.
가장 문제는 기득권 카르텔이다. 끼리끼리 해 먹는 문화가 너무 퍼져 있어서 대구가 폐쇄적이 됐다. 열린 세상으로 가야 한다. 신공항은 세계로 가는 하늘길을 열 것이다. 거기에 맞춰 대구 시민들도 누구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시민들이 돼주면 좋겠다.
-신공항 건설 사업은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이 가장 큰 숙제인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최근 서울에서 신공항 투자 설명회를 열었는데 참석한 재계 인사들이나 참석자들이 아주 흡족해 했다. 기부대양여 사업이지만 특별법에 국가 재정 지원 조항이 있으니 후적지 개발 비용에 얽매이지 말자는 것이다. K-2 공항 후적지는 미래도시 개념으로 공공 분야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수익이 크게 나지 않는다. 그래서 후적지 배후단지 330만㎡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는 지자체장의 권한이 100만㎡로 늘었다. 3차례로 나눠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SPC 참여 여부가 관심 사항으로 떠올랐는데?
▶LH의 참여가 관건이라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 5년 간 일거리가 없었던 한국수자원공사도 설득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도 SPC에 참여하도록 협의 중이다. LH도 결국 들어오게 될 것이다. 참여하지 않으면 손해다.
-최근 SNS에 대구시장 재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는데?
▶차기 대선에 도전한다는 말은 한 적이 없고, 대구시장 재선은 출마하지 않는다. 4년 만 하면 대구 미래 50년을 위한 주춧돌은 다 놓을 수 있다고 본다. 준비를 충분히 하고 취임했기 때문에 4년 만 하면 충분하다.
그러니 내가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말이 안된다. 대선은 나간다고 한 적이 없고, 대구시장 재선은 안한다고 했는데 왜 대구시 유튜브가 선거법 위반인가?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서둘러 인재 영입에 나서야한다고 했는데?
▶내년 총선에서 그 지역에 맞는 인재를 공천해야 한다. 특히 수도권에서 맞춤형 인재를 공천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출마자는 적어도 6개월 전부터 지역구에서 활동하며 주민들과 호흡해야 한다.
정말 명망있고, 신망받는 인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맞춤형 인재 영입에 나서야하는데 아직 당에 인재영입위원장도 없다. 쓸만한 사람들은 기초단체장으로 빠져 버렸다.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해야할 과제인데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는 식물 정권이 된다.
'다 걸기'를 해야하는 상황인데 눈 씻고 봐도 그런 분위기가 보이지 않는다. '검사공천설' 같은 민주당의 프레임에 갇혀 허둥대고 있다.
-대구시청 신청사 이전이나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 등 숨 고르기를 하는 정책들도 있는데?
-신청사 부지 옆은 2만7천평은 유휴지다. 신청사 부지는 팔 생각이 전혀 없다. 유휴지를 민간 개발에 맡겨 청사 건립 비용을 만들자는 것이다. 절대로 빚 내서 신청사 짓지 않는다.
시 청사를 랜드마크로 짓자는데 왜 시청 건물이 랜드마크가 돼야 하나. 공무원들이 근무하기 편하고 시민들이 편리하게 오는 장소면 된다. 성서행정타운 부지를 팔자는데 그 부지 팔아서는 빚 안내고 신청사를 못 짓는다.
가창면 수성구 편입은 가창면민들의 66%가 동의한다. 편입안을 부결시킨 건 대구시의회의 권한이니 받아 들여야 하지만 그런 식의 결정은 유감스럽다. 재추진 여부를 당장 밝히긴 어렵고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다.
-대구 시민들한테 당부하고 싶은 얘기는?
▶지난 1년 간 도약을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고, 올해는 대구가 힘을 합쳐 한번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꿈과 희망을 갖고 대구를 서울, 평양에 이은 대한민국 3대 도시로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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